미술·문학계 전방위 '서울 집중'
지역 미술 환경·고유성 높여야
네트워크 뮤지엄 등 협력도 필요
원고료 지원·문학관 건설도 시급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새 정부 국정과제 수립에 들어갑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각종 정책 공약을 묻는 언론사·시민단체의 공식 질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정책 분야 공약은 미흡했습니다. 국정과제 선정에서도 관심 밖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바라는 경남 문화예술인들 목소리를 두 차례로 나눠 들어봅니다. 지역 예술인들은 더 많은 사람이 문화를 폭넓게 누리려면 문화분권 기반이 다져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상헌 경남미협 회장 = 윤 당선인은 문화예술분야 공약에서 첫 번째로 '지역별 문화격차 해소 및 지역 중심 문화자치시대 개막'을 내세웠다. 수도권과 지역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문화기반시설의 균형 있는 설립을 지원하고, 지역 거점 문화예술단체도 집중 지원해 지역을 문화예술 생산지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분권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한 새 정부의 첫걸음에 우리 예술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예술활동과 문화기반이 수도권 중심으로 편향돼 왔다. 특히 미술계의 경우 <2021년 전국문화기반시설총람>을 보면 전국에 등록된 미술관 271개 중 106개가 수도권에, 165개가 지방에 있다.

그중 인구 331만 명의 경남에는 미술관이 10개에 불과하다. 전시관 부족으로 경남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도민의 문화향유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도권과 지역의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굴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안정적인 예술창작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해 모두가 문화를 누리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분권을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1950년대부터 문화민주주의를 내세웠던 프랑스의 지방문화정책은 1982년 지방자치 제도의 변화로 구체적인 행정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방식의 협력 제도를 도입하여 실현함으로써 현재의 문화분권 체제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난달 황희 문체부 장관이 '이건희 컬렉션 네트워크 뮤지엄'을 창원에 도입하겠다는 추진계획을 밝혔고, 창원시는 문체부와 협의해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네트워크 뮤지엄은 현대미술관 분관 대신, 경상권·호남권·충청권 등 권역별로 문화시설 거점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과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박물관·미술관 협력체계'로 구축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진 미술품은 8000점, 이건희 기증 소장품은 2만 3000여 점으로 높게 평가받는 작품들로서, 마산해양신도시에 네트워크 미술관이 건립되면 경남 미술문화의 활성화와 함께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이 실현될 수 있다. 또한 지역예술인들에게 새로운 창작무대가 되고, 해양문화관광지로서 지역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통영지역의 특성을 담아 섬들과 내륙을 잇는 하나의 미술관을 주제로 한다. 관광지로만 여겨온 장사도·욕지도 등 경남의 대표적 섬들이 미술관으로 변신해 천혜의 문화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처럼 경남의 고유한 문화를 반영한 지속적인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과 협력사업은 지역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여 예술창작 활성화, 문화예술 향유의 확대, 일자리 창출, 지역민들의 자긍심 고취, 지역 경제발전에 이르기까지 문화분권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예술과 소통하고 참여하며 모두가 함께 즐길 토대가 마련돼 진정한 문화자치가 실현될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 예술인들이 꾸준히 관심을 두고 문화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구도 마련돼야 한다.

▲ 윤석열(앞줄 오른쪽 둘째)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점심 식사 후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관계자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앞줄 오른쪽 둘째)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점심 식사 후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관계자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균 경남문협 회장 = 문학에서 지역분권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 매스미디어, 작품 발표 지면, 출판 등 모든 환경이 서울 집중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학에서 서울은 하나의 지역에 불과하다. 실제 한국 문학의 제재는 강토 전역에 분포돼 있고, 문인들은 그 지역에서 경험한 것들에 기대어 작품을 생산한다. 그러므로 문학 정책은 공평히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성장해야 한다. 서울 집중화 현상은 그런 환경적 요인으로 말미암아 서울 문인과 지역 문인으로 구별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 '지명도의 차이'라는 불이익을 받아 왔다. 결국, 이런 연유로 지역에서 싹을 틔운 문인들이 지역을 벗어나 서울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그 극복방안을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우나, 우선 지역 문인들의 질적 향상과 창작 의욕 고취를 위해 창작 노력에 합당한 원고료의 지급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실제 지역 문인은 단 한 푼의 원고료도 받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경남문인협회의 <경남문학>, 경남작가회의의 <경남작가>를 비롯한 장르별 기관지에 실리는 작품의 원고료는 없다. 이런 사정임에도 지역 문학 발전 운운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예술인지원금이 약간 지원되기도 했는데, 그것과 별개로 열심히 창작에 임하는 문인에게 원고료 지급이 현실화한다면 일정 부분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경남문학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작고 문인부터 현존하는 문인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도립 경남문학관' 건립이 시급하다. 현재 진해에 있는 경남문학관은 접근성은 물론 너무 낡고 협소해 출판기념회도 개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많은 희귀 서적도 있는데 그 보관을 위한 수장고도 없이 그냥 유리관과 책꽂이에 꽂아 둔 상태여서 걱정이 많다. 경남문학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서 미래 경남문학을 설계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인공섬 마산해양신도시에 도립 경남문학관이 건립된다면 문화 경남, 특례시 창원의 문화적 환경 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