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그림 그리는 하옥란 씨
창원 창동갤러리서 전시까지
"작품 판매돼 신기하고 좋아"

70대 말에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대 중반에 개인전을 연 할머니가 있다. 창원에 사는 하옥란(85) 씨가 11일부터 23일까지 마산합포구 창동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작품은 모두 수채화다. 자목련, 청포도 사랑, 작약의 약속, 접시꽃 등 꽃을 묘사한 그림과 경호강 래프팅, 공세리성당의 설경, 산수유 마을, 산책하는 숲, 프랑스 루르드 대성당 등 풍경화가 걸렸다.

하 씨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명지여고 앞에 의창노인종합복지관이 생기면서 2012년도에 여러 가지 취미생활 한다고 해서 거길 자꾸 오라고 하는데 내가 안 갔거든요. 노인네들 모인 데 가서 뭐하겠나 싶어 안 갔는데 거기 가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 2014년에 갔더니 다 마감되고 미달된 데가 딱 두 군데 남았더라고요. 가곡반하고 미술반."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이전에 그림을 그린 경험은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차는 모습을 그린 것과 그림책 보고 따라 그린 것, 고등학교 때 손을 보고 스케치한 게 전부였다. "난 그저 있는 대로 그렸고 이게 뭐 잘 그린 건가 싶은데 선생님이 교무실로 막 가져가서 자랑을 시키고 이러더라고요. 딱 그것밖에 없어요."

하 씨는 노인복지관 그림 공부를 마치고 창원문화원에서 다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도 주위 권유 때문이었다. "거기서 김태홍 선생님한테서 배웠어예. 주위에서 권해서 갔고 거기서 단체전할 때 어쩌다 한 번 끼어 전시 한 번 했고. 문성대에서도 단체전 한 번 했고 가톨릭미술대전에도 회원으로 가입해 작품 전시도 했어예."

▲ 창동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하옥란 씨가 자신의 작품 '에마우스 순례자들'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창동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하옥란 씨가 자신의 작품 '에마우스 순례자들'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그가 개인전을 연 데는 윤형근 마산예총 회장 역할이 크다. 윤 회장과 만남은 문성대에 미술공부를 하러 가면서 이뤄졌다. "그분이 우리한테 수채화를 가르치거든예. 그런데 참 자상하고 잘 가르치시더라고요."

하 씨는 고령에 그리기 시작한 탓에 풍경화를 그린다고 현장을 돌아다닐 체력이 못된다. 그저 책에 있는 그림을 따라 그리고 또는 달력이나 남의 사진을 빌려서 그것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 그것도 이제는 점점 힘든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점점 눈이 안 좋아져서 작업하기 어려워요. 한쪽 눈은 시력을 잃었고 한쪽 눈도 반밖에 안 남았다 해요."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지난해에는 해바라기를 여러 점 그렸다. "옆에서 누가 자꾸 해바라기를 그리라고 해요. 그걸 집에 걸어놓으면 돈이 생긴다고 하고. 생각해보니 해바라기 씨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나보다 해서 그 다음에 해바라기 씨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번 전시에서 그 그림이 팔렸단다. 윤 회장이 권하는 금액이 아닌 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팔았는데 그래도 취미로 그린 그림이 팔렸다는 게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생애 첫 개인전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예감하고 있다. 그래서 윤 회장이 적극적으로 개인전을 열라고 권했던 모양이다. 취미로 그린 그림을 개인전 여는 것도 쑥스러운데, 기자들이 찾아와서 취재하는 것도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어리둥절할 뿐이란다. "재능이 없으면 노력한다고 되겠습니꺼. 하느님한테 감사할 뿐이지예. 주위에서는 자꾸 잘했다 해예. 모르겠습니더. 내가 잘한 건지 못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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