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트라우마 극복기 그려

용기가 없어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어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까. 주인공 '나'는 생존수영을 배우는 금요일이면 괴롭다.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낄낄대며 놀린다. 또다시 돌아오는 금요일, 나는 수영장에 가기 싫어서 온갖 핑계를 만들고 있다. '장염에 걸렸다고 할까, 머리가 아프다고 할까, 귀가 아프다고 할까, 물에 닿으면 안 되는 큰 상처가 생겼다고 할까….' 어느 핑계도 통할 것 같지 않다.

2016년 <경남문학>에서 신인상을 받고 202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된 이재민 작가가 그림 그리는 안혜란 작가와 합심해 그림동화 <고래와 나>를 펴냈다.

<고래와 나>는 수영을 못해 의기소침해진 주인공이 고래와 함께 환상적인 일을 겪으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트라우마는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치료에 의해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근본적으로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고래와 함께 산으로 갔고 거기에 있는 커다란 폭포 위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고래가 말한다. "그때도 이렇게 하면 됐던 거야." 그래, 수영이라는 거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림동화에 등장하는 고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일 것이다. 주인공이 다시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수영할 수 있었던 것은 상상이 만들어낸 힘이기도 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문제를 마주할 용기와 자신도 잘할 수 있다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위로와 응원도 필요합니다. 책은 한 소년과 그가 만난 고래를 통해 크든 작든 누구나 지닌 아픔을 이겨내는 용기와 상상력을 얻도록 합니다."(출판사 서평) 고래책빵.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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