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과 7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어울림센터와 일대에서 제12회 창동허새비축제가 열렸다. 창동허새비는 고 이선관 시인의 별명이다. 해마다 문학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올해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을까.

6일 오전 10시 30분 창동어울림센터에는 30여 명의 지역 인사가 문학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좌석을 약간씩 띄웠음에도 실내 공간은 가득 찼다. 강의는 한석태·배대화 전 경남대 교수가 차례로 맡았다. 

한 교수는 '일본인의 눈으로 본 마산'이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강의는 올해 4월 발간된 <마산번창기>와 9월 발간된 <마산항지>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두 책 모두 스와시로(諏方史郞)란 일본인이 썼다. <마산번창기>는 1908년 발간한 것으로 스와부고츠(諏方武骨)라는 이름일 때 쓴 책이고 <마산항지>는 마산의 문물을 크게 보강하여 1926년에 발간한 책이다. 스와시로는 이듬해 2월 마산에서 사망했다. 어디에 묻혔는지는 알 수 없다.

한 교수는 이들 기록물에 대해 "당시를 활동사진을 보듯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책의 원 저자인 스와시로는 1906년 마산에 오기 전에 대만에서 어느 정도 살았고, 인천으로 건너왔다가 다시 마산으로 왔는데, 오자마자 마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제일 기후가 좋은 곳이 마산이라고 했다. 기후뿐만 아니라 1899년 개항 후 1905년 철도가 놓이고 신마산에선 신흥개발 바람이 일던 시기여서 일본 국수주의자 관점에서 본다면 꼭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한 교수는 "<마산항지>는 식민도시 건설 당시 일본인의 시각과 사관에 의해 기록된 문헌 가운데 분량 면에서나 내용에서 뛰어난 향토지리지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마산번창기>에는 광고가 25쪽에 걸쳐 게재되어 있는데, 그런 면에서 타임캡슐로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창동어울림센터 1층 강의실에서 열린 창동허새비축제 문학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이어 배대화 교수는 '내가 생각하는 이선관 시인'이라는 제목으로 시인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배 교수는 미술계 전위예술(아방가르드)의 대표 작가인 마르셀 뒤샹 이야기부터 꺼냈다.

"뒤샹은 소변기를 전시해놓고 샘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다빈치의 모나리자 얼굴에 수염을 그려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술운동 정신을 아방가르드로 정의할 수 있고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모더니즘은 예술을 과거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창조성을 중요시 한다. 자기의 정신을 찾는 것이 곧 아방가르드인 것이다."

이어서 사례로 든 인물이 팝 아트의 앤디 워홀, '성심' 작가 제프 쿤스(그는 풍선 강아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우리 돈으로 17억 원이나 되는 작품 '풍선과 소녀'를 낙찰되자마자 파쇄해버린 뱅크시 등의 미술계 인물을 거론했다. 그리고 한국의 시인과 작품으로는 이상의 '오감도', 백석의 '가즈랑집',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수영의 '헬리콥터'를 소개했다. 마찬가지로 이선관의 시에서도 전위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이후 예술은 기존의 관습을 뒤엎는 전복 정신인 아방가르가 주도하고 있다. 이선관 시인은 시집 <독수대>를 기점으로 기존의 시학이나 미학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했다. 쉬운 일상언어, 다양한 인용을 통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독특한 웃음 미학을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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