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툼〉 〈해원〉 〈태안〉
영구 보존·관리 추진
국가기록원 내달 확정
구 감독 "보람 느낀다"
경남에서 활동해온 구자환(53) 감독이 제작한 민간인 학살 다큐멘터리영화 세 편이 국가기록물로 수집돼 영구 보존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은 10월 영상기록물 수집 선별심의위원회를 열어 구 감독 영화 세 편을 수집, 보존·관리하기로 결정했다. 경남에서 일어난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레드 툼(Red Tomb)>, 전국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담은 <해원>, 충남 태안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을 기록한 <태안>이 대상이다.
국가기록원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 등이 생산·취득한 자료 가운데 위원회 심의를 거쳐 영구 보존 가치가 있는 민간기록물을 국가기록물로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
역사기록관 영상기록물 수집 담당 신지원 씨는 5일 "(구 감독 작품) 국가기록물 관리까지 행정절차가 아직 남은 상태"라며 "12월 중순께 기록물 수집 결정 배경 등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가기록물 지정 대상에 이름을 올린 다큐는 구 감독이 2003~2019년 <민중의 소리> 기자로 재직할 때 만든 작품들이다.
구 감독은 2004년 당시 마산시 진전면 여양리 유골 발굴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마을에 조그마한 계곡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죽은 사람들의 핏물이 흘러넘쳤다",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를 접한 뒤 이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판단해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2013년 <레드 툼>을 시작으로 2017년 <해원>, 2020년 <태안>을 차례로 제작했다. <레드 툼>으로 2016년 3회 들꽃영화상 다큐멘터리 신인 감독상과 2013년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구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경제적·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매우 많았는데, 국가가 역사기록으로 영화 세 편을 보존한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그동안의 설움이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영화 세 편을 국가기록물로 수집하고 싶다며 두 달 전쯤 국가기록원 관계자가 먼저 연락해왔고, 얼마 전 기록물 수집이 결정됐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내가 틀린 길을 가지 않고 제대로 판단해 작업을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 같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을 세상에 알려온 구 감독은 지난 5월 21일부터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일하며 한국전쟁 피해 사례를 조사해 진상규명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관심 둔 문제들에 안정된 공간에서 법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억울한 피해를 본 사례를 현장에 가서 조사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일을 시작한 이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빨갱이 무덤>이라는 이름으로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책 집필은 현재 작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