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확충·예산 확대 '과제'
경남도 관련 조례 2건 시행
상담소·사이버감시단 운영
"피해 늘며 업무 강도 과중"

경남에서 올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가 첫걸음을 뗐다. 관련 조례 2건이 잇달아 시행되고 피해자 상담과 지원 등 특화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갈수록 피해자가 늘고 있어 상담·지원 인력 확충과 예산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피해자 보호·지원은 도지사 의무 = 지난 5월 경상남도 여성폭력방지 기본 조례, 7월에는 경상남도 디지털성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 조례가 각각 시행됐다.

여성폭력방지 기본 조례는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여성폭력 피해자 상담, 의료 제공, 구조금 지급, 법률구조, 취업·주거·취학 지원, 보호·회복, 자립·자활 등 시책 마련을 도지사 의무로 정해놓았다. 도지사는 2차 피해 방지지침 수립과 업무 관련자 교육 등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성범죄 원스톱지원센터 설치 조항도 담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방지·피해 지원 조례는 디지털성범죄 예방계획 수립·시행을 도지사 의무로 명시했다.

경남도 여성정책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감시단'을 운영했고, 올해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특화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 지원사업은 경남을 포함해 경북·대구·부산·전북·제주·충남 등 7개 시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감시단 운영과 지원사업 모두 여성긴급전화 1366 경남센터에서 맡고 있다.

국·도비 8400만 원을 들여 센터에 꾸려진 디지털 성범죄 특화상담소는 피해자 상담을 비롯해 불법촬영물 긴급 삭제, 의료·법률 지원 등을 해준다. 올 1월부터 2명이 배치돼 업무를 보고 있다. 올해 지원한 피해자만 162명(10월 말 기준)이다. 상담은 1185회, 불법촬영물 삭제(32건), 수사·법률(18건), 의료(16건) 등 지원도 뒤따랐다.

도 자체 사업으로 올해 1억 1600만 원이 투입된 사이버감시단(8명)은 불법촬영물 유포와 재생산, 성착취 의심 게시물 등을 유해사이트에서 살피고, 차단 요청과 신고 활동을 펼쳤다. 감시단이 요청을 받은 피해물만 9546건. 이 중 1989건(약 21%)이 삭제나 차단 처리가 완료됐고 나머지는 절차를 밟고 있다.

◇수사부터 재판까지 장기 지원 필요 = 지난 4~10월 초등학교 높은 학년부터 성인까지 1300명을 대상으로 '경남도민 디지털 성범죄 인식 조사'도 처음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청소년과 성인을 분류해 도민들이 디지털 성범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는데, 앞으로 경남도 정책을 짤 때 반영해야 할 중요한 자료다.

1366 경남센터는 올 하반기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불법촬영물 모니터링 결과와 삭제 현황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표수미 센터장은 "피해자는 자신의 영상이 또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며 "영상마다 핵심어나 특징을 잡아 모니터링을 하고, 유포나 확산을 차단하면서 그 결과를 피해자와 공유해 다소나마 안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어 상담·지원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등이 시급한 과제다. 표 센터장은 "상담 업무를 계속 해오다 보니 피해자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현장에 동행할 필요가 있는 피해자 심리 치료와 수사 지원까지 상담원 2명이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고, 일의 강도에 비해 인건비도 최저임금을 조금 넘길 만큼 열악한 실정이었다"면서 "심리 치료는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10회까지 길게 진행되는 사례가 많고,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마무리되기까지 법률 지원도 오랜 시간이 걸려 지속적으로 살피고 지원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