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아이 한마음으로 찾아나선 시민
드라마 속 따뜻하고 정겨운 이웃의 모습

<전원일기>,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1088회 방송된 MBC의 간판 드라마였다. 특별한 소재는 없지만 일주일에 한번 작은 농촌 마을의 소소한 삶을 그렸음에도 꾸준한 인기를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대도시 집중화로 시골을 떠난 시민들에게 바쁘고 거친 삶 속에서 한 시간 남짓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각종 음모와 위기, 권모술수를 다룬 드라마가 많아지는 가운데 우직하면서 맑은 공기와 같은 느낌을 전달한 것이 오히려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종영된 지 20년이 넘었으나 최근 케이블 방송으로 주인공 김 회장, 평범한 이웃이었던 일용 엄니, 그리고 복길이 등을 볼 수 있다. 40대 이상에게는 고향 마을과 정이 넘치는 이웃들이 떠오를 것이고, '읍내'라는 추억의 단어를 들으며 왠지 모를 설렘도 느낄 수 있다. 당시 가부장적인 생활을 보며 시대 변화도 체감한다. 얼마 전 함께 근무하는 후배에게 '꼰대의 기준'을 들었다. <전원일기> 또는 종편에서 방송되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무언가에 홀린 듯 보고 있으면 꼰대라는 것이다. 아마 나에게 절반은 해당되는 듯하다.

무더위와 함께 다시 찾아온 장맛비를 머금은 무거운 구름이 가득한 지난달 13일, 야간근무를 위해 지구대에 출근한 직후 집을 나가 인근 산으로 올라간 3세 남자 어린이를 긴급수배하는 무전을 들었다. 인근 석전파출소 관내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범죄와 연관되지 않았다면 3세 아이 몸으로 멀리 가지 못해 금방 찾으리라 기대했지만, 상황은 나빠졌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으니 걱정과 애태움이 커져 갔다. 긴박하고 중요한 실종이라 경찰서장을 비롯한 대부분 경찰관, 소방관, 시청 공무원들도 함께 산을 수색했다. 편안한 저녁 무렵 공무원 수백 명이 아이 이름을 부르며 동네와 산을 다닐 때 주민들도 함께 나섰다. 다른 지역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들도 석전파출소를 열심히 지원했다. 다음날 새벽까지도 찾지 못하자 주변 지리를 잘 아는 우리 팀 경찰관들은 밤샘 근무를 했지만 아침 식사 후 자발적으로 아이를 찾아 나서겠다고 하니 결국 모든 이가 '부모님'이 된 것이다. 다른 지역 시민들도 걱정을 나누었다. 실종아동을 찾는 문자 등을 접한 시민들은 자신이 활동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아동 사진을 올려 널리 알리며 한목소리로 빠르고 안전하게 찾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기적'이 만들어져 아이는 실종 14시간 만에 무사히 부모 품에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는 종종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나 동물을 위해 주변 시민들이 힘을 합쳐 불가능하고 위험한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본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영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어느 날 창원 시민과 공무원들은 모두 진정한 영웅이었으며 같은 마을에 사는 어린아이를 부모 마음으로 걱정하는 드라마 <전원일기> 속 정겨운 이웃이었다.

얼마 전 새벽, 아파트 단지에서 어린아이가 크게 비명을 지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몇몇 주민은 아이 소리에 놀라 밖에 나와 있었다. 나는 동료들과 원인이 된 집을 방문했다. 아버지 훈계에 어린 아들 울음이 커졌고 대단지 아파트 특성상 크게 들린 것으로 큰일은 아니었다. 아이 어머니는 민망했는지 신고한 주민을 탓했고 나는 크게 웃으며 답변했다. "지금 사는 아파트는 정말 안전하고 멋진 곳입니다. 아이의 큰 울음을 듣고 모른 척하는 동네가 더 이상하지 않나요? 좋은 데 살고 계시니 부럽습니다." 그리고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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