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불능 상태서 신체접촉 등
성적 불쾌감 유발 행위 지속
낮은 성인지 감수성 짐작게 해

탈영병을 쫓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여기에 나오는 군대 내 가혹행위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조교로 복무하다가 각각 지난 3월과 8월 전역한 2명이 후임 등에게 수개월간 폭행, 유사성행위 강요 등 가혹행위를 한 이유로 상병으로 강등됐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부대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군대 내 강제추행, 폭행,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한 최근 2년간 창원지방법원 판결문 7건을 들여다봤습니다. 강제추행 사건이 많았는데, 강제추행은 폭행과 가혹행위 등과 함께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판결문을 살펴봤더니 후임이나 동료 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가 가장 많았다. 피고인들은 각각 지난해 6, 7, 9월 전역했다. 특히 세 사건은 군대 내 성인지 감수성 수준과 현실도 짐작하게끔 한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류기인 부장판사, 황정언·정수미 판사)는 지난해 12월 18일 군인 등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ㄱ 씨는 지난해 4월 경기 파주시에 있는 소속 부대 생활관에서 잠을 자던 피해자 옆에 누워 갑자기 피해자 속옷 안으로 손을 넣는 등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피해자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 어떤 행위에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 넷플릭스 시리즈 D.P. 포스터. /넷플릭스

재판부는 "강제추행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이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피고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올 1월에도 이와 유사한 판결 2건이 있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ㄴ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ㄴ 씨는 2019년 10월 4일 강원 고성군에 있는 한 군단 정문 위병소 옆 건물에서 물건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도중 자신의 뒤에 피해자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손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피해자에게 장난칠 의사로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하지만, 그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불쾌함과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ㄷ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ㄷ 씨는 지난해 5월 13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한 중대 체력단련장에서 운동을 하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손으로 추행하고, 같은 해 6월 23일 오후 9시 35분께 중대 생활관에서 피해자 뒤로 다가가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또 얼마 뒤인 6월에도 생활관 중앙 복도에서 피해자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피해자 신체를 수차례 찌르고, 뒷걸음질치며 이를 피하는 피해자를 따라가면서 다시금 신체를 수차례 찔러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적 불쾌함을 느끼고 피고인 행위를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서 "피고인 행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강제력 행사이자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이 일어나게 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ㄱ·ㄴ·ㄷ· 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해 담당 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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