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령 작가 여섯 번째 개인전
2년 넘게 색 덧칠해 색감 독특
6일까지 서울 경남갤러리 전시

"기억이란 시간의 흐름이며 존재다." 이남령 작가 작품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오브제는 서랍이 있는 탁자다. 서랍은 기억 혹은 추억의 저장 공간이다. 캔버스는 대체로 세로형이다. 서랍 위에 형성된 기억들이 긴 세로면 위에 펼쳐진다. 물론 가로형이나 정방형 작품이 없는 건 아니다.

창원대 미술학과 출신 이남령 작가가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경남갤러리에서 6회째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고요함의 존재'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억의 서랍'은 5회 개인전 때 붙였던 제목이다.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18년에 이은 기억을 주제로 한 연작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은 기존 작품 4점과 신작 32점으로 총 36점이 걸린다. 이번에는 가로형과 세로형 작품들이 골고루 섞였다. 이 작가는 초대전에는 기존 작품을 걸기도 하지만 개인전에는 신작 중심으로 발표하고 그 작업은 3년에 걸쳐 진행한다고 한다. 작업은 작품 하나 끝나면 다른 작품을 시작하는 형태가 아니라 처음 계획을 세울 때 주제를 정하고 미션을 수행하듯 동시다발로 진행한다.

'고요함의 존재'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는 뭘까.

"기억은 요란하지 않고 실루엣처럼 지나가는 건데 이것을 끄집어내어 기억의 존재를 찾아내야 하는데 그 존재는 시끄럽지 않은, 고요한 가운데 기억이 찾아지더라고요. 처음에는 기억의 존재라고 하려다 은유법 형식을 부여해 고요함의 존재라고 붙여봤습니다."

▲ 서울 인사아트센터 경남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이남령 작가 작품 '소환된 童心'. /경남갤러리
▲ 서울 인사아트센터 경남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이남령 작가 작품 '소환된 童心'. /경남갤러리

이 작가 작품은 2018년 5회 개인전 때부터 형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전에는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다면 2015년 4회 개인전 이후부터는 면에 셀로판지처럼 묽게 색을 입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또 묽은 물감을 덧칠하면서 독특한 색상을 구현하는 방법을 썼다. 무슨 색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색을 쌓는 기간은 최하 2년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개인전 주제를 '기억'으로 잡은 이유도 있다. 당시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 순간 과거의 기억이 한 장면씩 떠올랐던 경험을 한 뒤 살아온 과정과 그 기억의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권진상 미술평론가는 이 작가 작품을 두고 '고요의 시간 속 기억의 시뮬라크르'라고 표현했다. '시뮬라크르'라는 말은 순간적으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모든 사건이라는 뜻과 철학자 들뢰즈가 정의한 '가짜 복사물'이라는 용어로 풀이한다. "무한으로 층을 이룬 겹겹의 화면과 고요한 장막 사이로 기억의 시뮬라크르를 발현시킨다. 기억과 일상의 서사를 새로운 스토리로 엮어 시간과 의식의 흐름을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이 작가가 표현하는 무한 공간 속 서랍은 권 평론가가 말한 대로 '삶의 스토리를 담은 샘'이자 '삶의 여정을 담는 세계'가 아닐까 싶다. 그 속에는 행복도 있을 것이요, 아픔 또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 파노라마 속에서 상처와 소멸, 의식 흐름과 변화, 인간 삶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될 수 있다면 작품은 한결 감동으로 와 닿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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