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11만 대 온실가스 흡수
해초지 해양탄소 10∼18% 저장
흡수 속도 육상보다 50배 빨라

무더위, 홍수 등 기후위기에 생태계는 계속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위기를 늦추고자 하는 전 세계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다 생태계를 지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블루카본(Blue Carbon)'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로까지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블루카본' 연구가 시작되고 있으며, 경남에서는 어민과 시민단체가 함께 어자원 보호·확대를 위해 블루카본 일종인 잘피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블루카본' 왜 중요한가 = 블루카본은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 퇴적물을 포함하는 식물생태계가 저장한 탄소다. 육상에서 토양이나 식생에 흡수되는 탄소를 '그린 카본', 화석연료로 생성되는 탄소를 '블랙카본'이라고 부른다.

블루카본 생태계로는 맹그로브(연안의 염분이 있는 곳이나 기수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나 관목 혹은 열대 해안의 식물 군락), 잘피(해초지), 갯벌, 염습지(바닷물이 드나들어 염분변화가 큰 습지) 등이 있다.

이 중 잘피 등이 형성하는 해초지는 세계 해양 0.1% 면적에서 서식하고 있고, 해양 탄소 저장 10∼18%를 차지한다. 잘피는 바다에서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식물로, 국내에 거머리말·애기거머리말·포기거머리말 등 9종이 자라고 있다.

해양환경공단은 2016년 작성한 <블루카본 R&D기획 연구보고서>에서 "바다는 지구 탄소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바다가 대기에서 흡수하는 탄소량은 지구 전체량의 절반 이상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안생태계가 육상보다 면적이 작지만, 탄소 흡수 총량은 큰 차이가 없고 탄소 흡수 속도는 육상보다 50배 빠르다고도 했다.

해양환경공단은 "블루카본은 전 세계 국가 탄소감축량 10%를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블루카본 서식지를 보존하면, 앞으로 20년간 블루카본이 흡수하는 탄소량은 현재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량의 3∼7%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올해 7월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 흡수 역할, 기능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갯벌이 탄소 약 1300만t을 저장하고 있고, 연간 이산화탄소 26만t을 흡수한다고 밝혔다.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갯벌이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블루카본 평가체계 구축 및 관리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지난해 통영시 용남면 화삼어촌계 주민들이 잘피를 육성하고 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 지난해 통영시 용남면 화삼어촌계 주민들이 잘피를 육성하고 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주민 참여, 잘피 복원 사업 = 경남에서는 어민과 시민단체가 함께 잘피 복원 사업에 나서 눈길을 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경남도, 경남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마을-대학 상생공동체 사업으로 '경남 지역 굴 패각 문제의 사회실험적 해결방안(잘피 복원 분야)'을 진행했다. 통영시 용남면 화삼어촌계 주민 20여 명이 참여했다.

통영 굴 패각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어류 산란장, 생육장이자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잘피를 복원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자 한 사업이다.

이보경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은 "바닷가 매립, 선착장 만들 때 잘피가 있으면 해양보호생물이어서 아무렇게나 잘라버릴 수 없다. 다른 곳으로 이식해야 한다. 그런데 이전에는 활착 성공률이 30%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어민들과 잘피 모종 틀을 만들어서 거기에 잘피를 잘 자랄 수 있게 하고자 굴 패각을 넣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업 당시 200촉을 심었는데, 지금은 1000촉 이상 번식했다.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어민들은 그동안 보호구역 지정으로 이익이 없었지만, 잘피 복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면 일정 정도 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욱철 통영 용남면 화삼어촌계장은 "내년에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잘피 복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민 참여 소득도 실현하고, 수산 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안식처도 만들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다. 여기에다 잘피는 블루카본 효과까지 있다. 그동안 잘피 등에 무관심했거나 훼손했던 어민들이 이제 이를 보호하고, 바다를 살리는 것에 나서게 됐다. 잘피 복원 방법은 특허 출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교수는 "연안습지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은 자연을 보호하면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적인 대안이다. 갯벌, 잘피 등을 복원하는 일은 바다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것과 동시에 온실가스 흡수 기능까지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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