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조작뉴스 정의와 범주조차 불명확
유통환경 개선 없이 국가 직접 규제라니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5일 새벽 4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으며 이제 본회의 통과만 남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 등 언론 7단체는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에서도 성급한 법 개정에 반대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정정 보도 실효성을 강화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등 언론피해 구제를 강화하려는 법 개정 취지와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야당과 사회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①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②허위·조작 보도와 관련된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이다.

허위·조작 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 혹은 매개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모든 허위·조작 보도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른 재산상 손해 및 인격권 침해와 정신적 고통을 받는 경우'에만 손해액의 최대 5배 이내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안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어떻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를 판별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개정안에는 '보복적·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와 같이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네 가지 요건을 담고 있으나 고의·중과실 사유를 예시 또는 열거해 추정하는 형태는 다른 법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문제점을 보면 첫째 유례가 없는 입법 속도전으로 국민 여론 수렴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태이다.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 보도 정의와 범주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 수렴 미비와 날치기 통과라는 비판을 감수할 만큼 언론피해 구제를 위한 법률 개정이 시급한지 의문이다.

둘째 허위·조작 정보 규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국가가 직접 규제하는 것보다 업계 자율규제나 간접규제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마디로 플랫폼 업체들에 가짜뉴스나 혐오 표현을 걸러내고 진실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 예로 2018년 독일에서 가짜뉴스 및 인종차별적 표현을 방치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에 최대 640억 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셋째 기사 무료화에 따른 미디어 산업 붕괴와 속보성 경쟁으로 허위·조작 보도와 같은 질 나쁜 정보가 손쉽게 유통될 수 있는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질 나쁜 정보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유럽의 링크세처럼 진실하고 창의적인 뉴스 생산 대가를 보상하는 수익구조 정상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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