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옷 입기 제안한 아이들 놀라워
스스로 공부하고 삶과 미래 바꿔나가

교내 동아리 학생들이 정부혁신제안 끝장개발대회 참가 신청서를 가지고 왔을 때, 나는 이런 대회가 있는지도 몰랐다. '옷에도 환경 인증 등급을 매겨 주세요'라는 제목이 참신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용을 다 읽지는 못했다. 며칠 뒤 신청서 제안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중학교 아이들이 이 정도 수준의 내용을 제안할 수가 있겠나 싶어 담당 선생님께 다시 물었다. 아이들끼리 서로 역할을 나누어 자료를 찾고 발표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말을 듣고는 내심 뿌듯했다. 아이들이 제안한 내용을 읽어 나가면서, 나는 이런 사실도 몰랐구나 싶어 좀 부끄러웠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패스트 패션이란 최신 유행을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판매하는 의류를 말한다. 업체에서는 신상품을 계절 단위가 아니라 1~2주 단위로 내놓는다고 한다. 짧은 판매 기간이 지나가면 다시 구할 수 없다 보니,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옷을 사게 된다. 자연히 옷 활용률은 낮아지고 쓰레기는 늘어난다.

아이들은 곳곳에서 조사한 자료를 '우리가 알고 싶지 않아 몰랐던 통계'란 이름으로 제시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의류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용 물의 20%를 의류 산업이 사용하고 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7000~1만ℓ 물이 필요하다. 이는 4인 가족이 5~6일 사용하는 양이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의 약 30%는 미세플라스틱인데,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35%는 합성섬유 세탁에서 나온다고 한다. 합성섬유 옷을 한 번 세탁할 때 무려 70만 개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배출된다. 폐의류의 73%가 매립되거나 소각되는데, 이 중 95%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친환경 의류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은 세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먼저 옷에도 '환경 인증 등급'을 표시한 라벨을 붙이자는 것이다. 원재료 조달과 가공, 제조와 유통, 포장, 판매, 폐기의 단계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판별해 등급을 부여하자.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붙은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표시처럼 말이다. 다음으로 코팅된 라벨(의류 태그) 대신 친환경 재생종이 라벨을 붙이자. 또한 포장을 최소화하고 포장지도 친환경으로 바꾸자. 세 번째로 생산된 의류의 60%가 1년 안에 폐기되는 현실에서, 지자체 중심 의류 재활용 가게를 운영하자.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친환경 의류 행동'을 정해 홍보도 하기로 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옷을 사지 않기,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옷 버리지 않기, 옷을 찬물로 세탁하기, 작은 얼룩은 부분 세탁하기,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공기 중에 널어 말리기. 이렇게 5가지다.

아이들의 이러한 활동은 스스로 찾고 정리하는 자기 주도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친구들과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선생님도 배우고 학생도 가르치는 재미있는 공부이다. 시험이 끝나면 사라지고 마는 단순 지식 위주 공부가 아니라 삶을 바꾸고 미래를 바꾸어 나가는 공부이기도 하다.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는 지금 학생들이 사회에서 활동하게 되는 2030년에 필요한 미래 역량을 키우는 방안을 탐색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한 변혁적 역량인 '새로운 가치 창출하기, 긴장과 딜레마 조정하기, 책임감 갖기'가 아이들 활동 속에 다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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