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계 미국인 잭 마리나이
제12회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
세계 인권·자유 가치 녹여 호평

창원KC국제문학상이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제1회 수상자는 중국의 베이다오(北島)로 천안문 사태 때 반체제 글을 썼다가 홍콩으로, 다시 미국으로 망명한 시인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수차례 거론된 인물이다. 이후에도 창원KC국제문학상을 받은 인물 중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 이가 3명 더 있다.

12회 수상자 역시 저항 시인으로 알바니아 공산정권의 위협 때문에 (옛)유고슬라비아로, 다시 미국으로 망명한 인물이다. 잭 마리나이는 1965년생으로 알바니아계 미국 시인이자 작가이며 문학평론가다. 베트남 국가 문장상을 비롯해 많은 국제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현재 문두스 아르티움출판사 디렉터이며 댈러스 리치랜드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마리나이는 22권의 시집과 저널리즘, 문학비평, 문학번역서를 펴냈고 그의 작품은 10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창원KC국제문학상은 허성무 창원시장과 박재규 경남대 총장이 공동대회장으로, 기획·조직·심사·운영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심사에는 김구슬 협성대 명예교수, 박덕규 단국대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여태천 동덕여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 잭 마리나이 시인
▲ 잭 마리나이 시인

심사위원들은 특히 그를 미국으로 도피하게 만들었던 시 '말들(Horses)'에 주목했다.

"우리는 일생을 전진한다,/ 내내 앞만 바라보고,/ 뒤에 있는 것은 두려워 알려 하지 않는다./ 우린 모두 이름 없는 자들, 우린 말이라 불릴 뿐이지./울지도 마라,/ 웃지도 마라,/ 침묵을 지켜라,/ 듣기만 해라,/ 주는 대로 먹어라,/ 명령하는 대로 가라,/ 그런데 우린 누구 하나 똑똑하지 못하다(…)"

그리스신화에서도 보듯 말은 원래 신성한 존재인데 알바니아 공산주의 체제 아래에서 인간은 현실의 말처럼 쫓기듯 앞만 달려야 하는 존재로 바보라는 얘기다.

심사위원들이 마리나이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는 "언제나 인간을 중심에 두고, 시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며 세계의 개선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문학상 실무를 맡은 이성모 김달진문학관 관장은 "지금까지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자유·인권·평화의 가치로움을 드높이는 작가들이 수상했다"고 분석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마리나이 시인이 기꺼이 수상소감을 보내왔다. "문학은 인류 개개인의 삶을 고양시키는 아름다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학은 사랑입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국경이 없는 햇빛이나 공기 같은 것이지요. 문학은 우리 자신의 진정한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상금은 5000달러로 창원시가 제공한다. 시상식은 10월 2일 오후 3시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개최되며 코로나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

※창원KC국제문학상 : 2010년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면서 창원시가 제정하고 김달진문학관이 주관하는 상으로, 매년 인본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외국 작가를 한 명 선정하고 있다. 'KC'의 'K'는 김달진(Kim DalJin), 한국(KOREA), 경남(KYUNGNAM)의 첫 알파벳, 'C'는 창원(Changwon)의 첫 알파벳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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