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집안 가구·도구 모아 전시
사랑방 평상 때론 야외 침대로
난간 아래 구름 문양 새기기도
'비밀금고' 문갑 여는 법 눈길

옛날 선비들은 집에서 어떤 물건을 사용하며 살았을까. 집안 가구나 도구의 실용성 면에서 따진다면 요즘 세상의 물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한 것일 텐데, 옛 물건을 보고 종종 '조상의 지혜'를 운운하는 걸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조상의 지혜가 가득 담긴 물건들,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창원역사민속관을 찾았다.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니 성한빛 전문안내원(도슨트)이 반갑게 맞이하며 "설명해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당연히 도움을 청했다.

▲ 창원역사민속관 '션븨가전'의 전시 물품을 제공한 성재정(왼쪽에서 둘째) 미리벌민속박물관장이 6일 전시물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성한빛 도슨트
▲ 창원역사민속관 '션븨가전'의 전시 물품을 제공한 성재정(왼쪽에서 둘째) 미리벌민속박물관장이 6일 전시물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성한빛 도슨트

◇사랑방 = 사랑방은 집안의 남자, 당시 개념으로 바깥주인인 선비의 방이다. 평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로 침대로 사용하던 물건이다. 이건 정2품 이상 벼슬이 높은 사람만 사용하던 가구란다. 업무용으로 쓰기도 하고 볕 좋은 날에는 밖에 들고나가 낮잠을 즐기기도 했단다. 평상을 살펴보니 난간 아래쪽에 구름 문양으로 구멍을 뚫어 투각해 놓았다. 이는 당시 선비들이 신선처럼 생활하고자 했던 철학을 읽을 수 있게 한다.

그 옆에 문서함, 재떨이, 흑립이 있고 옷장 같은 게 있다. 표찰을 보니 책장이라고 적혀 있다. 여닫는 문이 작아 책장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가구다. 옆에 신기한 가구가 있다. 무엇을 넣는 가구이긴 한데 문이 없다. 아무리 추리해봐도 열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설명을 듣고서야 '아하!' 무릎을 쳤다. 문갑의 비밀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알아보면 재미있을 듯. 이 물건은 오늘날로 치면 비밀금고쯤 되겠다.

경상이라는 물건을 자세히 보면 양쪽 옆이 불쑥 솟았다. 이유가 있다. 두루마리로 공부하던 시절 그것이 굴러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발상의 결과다.

빨래판 크기인데 대장경 경판 같기도 한 물건이 옆에 전시되어 있다. 표찰을 보니 '서판'이라고 되어 있다. 분필 가루를 얇게 바르고 사용한다 해서 '분판'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아이들이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연습용으로 사용됐다. 요즘으로 치면 칠판, 화이트보드, 카멜보드 같은 역할을 했다.

이쯤 설명을 듣고 있는데 밀양 미리벌민속박물관 성재정 관장이 다가온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갑게 인사하고 전시 물품을 제공한 성 관장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었다.

▲ 사랑방 평상.  /정현수 기자
▲ 사랑방 평상. /정현수 기자
▲ 애기농. /정현수 기자
▲ 애기농. /정현수 기자

◇안방 = 성 관장이 애기농 앞에 섰다. 애기농에 얽힌 이야기는 길다. 그중에서도 나비 문양의 경첩에 대해서만 언급하자면, 이게 애기농엔 두 개가 달렸는데, 결혼 전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굳이 나비 문양인 것은 장자의 호접몽과 관련된 것으로 '사랑'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 옆에 삼층장이 있는데, 비슷한 용도의 두 가구 이름이 하나는 '농'이고 하나는 '장'인데, 그 차이가 무엇이겠느냐고 물어본다. 농은 2층짜리라도 분리가 되며 장은 3층짜리라도 분리되지 않은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란다.

목제 두 칸짜리 가리개가 서 있다. 한쪽에 석류가, 또 한쪽에는 소나무와 학이 새겨졌다. 화목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다. 가리개 가장자리에는 덩굴 모양으로 투각돼 불빛이 비쳐 그림자를 드리우면 그 모습이 신비롭다.

여자들이 사용하는 안방에도 평상이 있다. 안방 평상은 사랑방의 그것과는 달리 난간이 사방 모두 막혀 있다. 아기가 굴러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적당한 난간 높이는 아기가 일어설 때 팔심을 기르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한다.

◇부엌 = 다시 성한빛 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개다리소반과 사각소반의 차이는 무엇일까. 예부터 지체 높은 집안에선 사각을 선호했다. 사각이 부를 상징하기 때문이란다. 대신 개다리소반은 팔각형이거나 십육각형, 혹은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상대적으로 지체가 낮은 사람이 사용했다고.

떡살은 절편에 문양을 찍는 도구인데, 큰 가문에 문장이 있는 것처럼 떡살도 그 집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대형 채반 소쿠리, 떡시루, 뒤주, 기름틀 등이 전시되어 있다.

8월 15일까지 전시한다. 문의 055-714-7644.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