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이어져 온 명궁 DNA
활 종류·쏘는 법 등 고유성 유지
연습장 '활터' 도내에만 60여 곳
카본 소재 등 개량궁 널리 쓰여
삼국시대 각궁 고수하는 사람도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쏘기 실력은 탁월하다. 특히 단체전에선 언제나 상위권이었다. 국제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데는 고대부터 이어져 오는 명궁의 DNA가 유전되어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활쏘기는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받았다. 활쏘기는 전 세계 사람이 즐기는 활동으로 나라마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활쏘기는 고구려 벽화와 중국 문헌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가 길고 활을 다루고 쏘는 방법, 태도와 마음가짐 등 여러 면에서 고유한 특성이 있고 그 맥을 잘 유지한 문화자산이다.

활쏘기 대회를 '백일장'이라고 하는 것도 특이하다. 활쏘기는 조선 시대에는 민속놀이로 전승되었지만 일제강점기 맥이 끊겼다가 스포츠 종목으로 변형돼 이어져 오고 있다. 1994년 '장안편사놀이'를 복원하면서 점차 활쏘기 백일장이 전국으로 번졌다.

▲ 활쏘기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무예다. 과녁을 향해 조준한 '만작' 자세. /정현수 기자
▲ 활쏘기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무예다. 과녁을 향해 조준한 '만작' 자세. /정현수 기자

◇활에 얽힌 말들 = 오랜 역사만큼 활과 화살은 우리네 삶 속에도 깊숙이 녹아 있다. 흔히 쓰는 말 중에 '세월이 쏜살같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빨리 흘러버린 세월을 두고 한탄 조로 표현한 것이다. '쏜살같이 뛰어라'는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효시(嚆矢)'라는 말이 있는데 어떤 일의 시작을 뜻하는 단어다. 한자를 풀이하면 '우는 화살'이란 뜻이다. 전쟁 때 허공에다 화살을 쏘아 올려 총공격을 명령했는데 이것이 '효시'라는 말이 생긴 배경이다.

◇활쏘기 역사 = 활은 선사시대부터 사용된 사냥도구다. 이게 전쟁 도구로 활용되면서 크게 발달하다가 화약을 이용한 총포 무기가 등장하면서 스포츠 도구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의 활은 구석기 말 유적에서도 흔적이 발견되고 신석기 유적에선 흔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활의 형태가 남지 않지만 단순궁 형태일 것으로 추정한다. 청동기 시대부터는 활이 수렵보다는 전투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이전보다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삼국시대에 활이 크게 발전했는데 이때 각궁이 등장했다. 고구려의 맥궁(貊弓)도 그중 하나다. 고려 시대에는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무소뿔을 이용한 흑각궁(黑角弓)이 등장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활쏘기를 덕과 예를 함양하는 수단으로 활성화했다. 대사례와 향사례하는 것이 있었는데, 대사례는 임금이 성균관에서 제향한 뒤 활을 쏘는 것이고 향사례는 지방에서 친목과 장유유서를 공고히 하고자 시행됐다.

▲ 마산 용마정에서 활쏘기를 즐기는 시민들. /정현수 기자
▲ 마산 용마정에서 활쏘기를 즐기는 시민들. /정현수 기자

◇활의 종류 = 일반인에게 활이라 하면 양궁에 쓰이는 그런 활을 연상할 것이나 전통의 활은 영화 <최종병기 활>에 등장하는 그런 활들을 떠올리면 되겠다. 하지만 국궁에서 쓰이는 대부분은 개량궁이다. 카본이나 FRP, 합성섬유 등으로 만든다. 그러함에도 전통 활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각궁을 쓴다. 각궁은 무소뿔에 참나무, 소힘줄, 실 등 여러 재료를 섞어 탄력성을 높인 활이다. 사거리는 200보(250m) 정도 된다.

각궁은 활을 부렸을 때, 즉 시위를 걸지 않았을 때는 모양이 둥글다. 각궁에 시위를 걸려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활을 펴서 다시 구부려야 하는데 이때 상당한 힘이 들어간다.

활의 부위별 이름도 알아두면 좋겠다. 먼저 손으로 활을 잡는 부분인 줌통, 그 위쪽은 웃장, 아래쪽은 아랫장, 시위, 시위를 거는 부분은 고지라고 한다. 그리고 시위에서 화살을 얹는 부분은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실로 덧대어 감았는데 이를 절피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잘 쓰이지는 않지만 정량궁, 예궁, 단궁, 죽궁, 고궁, 철태궁, 포궁 등 많은 활이 있다. 정량궁(육량궁)은 대개 큰 활을 말하는데 쏘는 방법이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나와 있듯이 걷거나 달려가며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 각궁에 열을 가해 형태를 만들고 있다. /정현수 기자
▲ 각궁에 열을 가해 형태를 만들고 있다. /정현수 기자

◇화살의 종류 = 경기에 쓰이는 대부분은 개량궁용인 카본 화살이다. 각궁용으로는 대나무 화살이 쓰인다. 이를 다른 말로 죽시 또는 유엽전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경기용으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 육량전, 예전, 애기살(편전), 동개살(대우전), 장군전, 가는대(細箭) 등 다양하다.

육량전은 무게가 6량(225g)인 것으로 전투에 쓰였던 무거운 화살이며 동개살은 큰 깃을 단 것으로 활집에 활과 함께 넣어 등에 메고 말을 달리며 쏘는 화살이다. 장군전은 순전히 쇠로 만든 것인데 무게가 1.8~3.5㎏ 정도로 '포노(砲弩)'라고 하는 도구를 이용하며 주로 적의 함선을 파괴할 목적으로 쓰인다.

◇활쏘기에 필요한 것들 = 활과 화살만 있다고 활쏘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궁은 양궁과 달리 세 손가락으로 시위를 당기지 않고 깍지라는 기구를 사용한다. 엄지 아랫마디에 끼운다. 그리고 화살을 넣어 보관하는 전통, 활을 쏠 때 허리에 감아서 화살을 채우는 역할을 하는 궁대가 있다. 그리고 활을 쏘는 곳을 사대라 하고 활을 쏘아 맞히는 곳은 과녁이다. 사대와 과녁의 거리는 145m이며 과녁의 크기는 높이 2.66m, 가로 2m, 원의 지름은 1m다. 과녁은 뒤로 15도 기울어 있다

▲ 과녁. /정현수 기자
▲ 과녁. /정현수 기자

◇활쏘기 8단계 동작 = ①발디딤: 최초의 발 자세로 시위를 당기는 손의 반대편 발을 과녁 쪽으로 딛고 어깨너비만큼 벌린다. ②몸가짐: 자세가 앞뒤로 기울어지지 않게 하고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③살먹이기: 깍지손의 엄지와 검지로 화살의 오늬를 절피에 걸고 줌손 엄지와 검지로 화살이 줌통을 벗어나지 않게 하고 밀어낸다. ④들어올리기: 화살을 먹여 쥔 두 손을 자기 이마보다 약간 높이 올리는 동작. 이때 화살 끝은 약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다. ⑤밀고당기기: 줌손은 과녁을 향하고 깍지손은 뒤로 당기는 자세. 깍지손은 이마에서 어깨 쪽으로 당기되 뺨을 스쳐 귀 뒤쪽으로 당기면 자연스럽다. ⑥만작: 활 시위를 완전히 당긴 상태. ⑦발시: 활을 쏘는 동작. ⑧거두기: 발시하면 줌손과 깍지손은 좌우로 펼쳐지는데 좋은 거두기를 위해선 2~3초 후 서서히 활과 깍지손을 자연스레 내린다.

◇도내 활터 = 전국적인 분포로 봐도 경남에는 활터가 60여 곳으로 많은 편이다. 대개 활터의 이름은 '○○정'이라고 지어진다. 전통적으로 활터에 정자가 세워져 생긴 관행이다. 활쏘기는 이런 활터에 가야만 할 수 있기에 자신이 사는 지역의 활터 정보를 알아놓는 게 중요하겠다. 대개 활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어 인근에 살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활터를 이용하려면 일단 찾아가 보는 게 좋겠다. 회원으로 가입해 활쏘기를 즐길 수도 있고 월별 혹은 하루 이용하는 방법 등 활터마다 차이가 난다. 대한궁도협회 누리집(kungdo.or.kr)에 경남을 비롯해 전국 활터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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