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일 사진에세이 〈신신예식장〉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마지막 행진을 하는 길 천장에는 모자이크 조명이 길게 이어져 있다. 조명이 켜지면 무지갯빛 색이 차례로 바뀌면서 색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보통 예식장에서는 전체 조명을 낮춰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데, 신신예식장의 조명은 웨딩홀 공간 전체를 축제의 현장으로 만든다."('웨딩홀 조명' 중)

책장을 넘기다 이 문장을 만났을 때 표지 사진을 보게 됐다. 천장의 모자이크 조명, 무지갯빛 화려함. 아마도 이게 신신예식장의 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싶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요즘 잘나가는 예식장들이 자리 잡은 위치와는 다르게 어떻게 이런 곳에 예식장이 있을까 할 정도의 장소에 신신예식장이 있다. 그것도 즐비한 건물들 가운데 예사로 간판을 세우고 있어서 이곳이 예식장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 예식장의 역사가 55년이다. 반세기가 넘었다. 역사로 치면 여느 예식장과 비교하면 큰 형님뻘이다. 그동안 무료 결혼식으로 1만 4000여 쌍의 부부를 탄생시킨 백낙삼 사장은 2019년 국민추천포상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그의 셋째 사위가 유명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과 교수다.

신신예식장은 TV와 라디오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고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살짝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신신예식장의 오래된 공간과 이곳을 지키는 백낙삼·최필순 부부의 일상을 앨범처럼 담은 기록이다.

지은이 한승일은 "50년이 넘게 한자리에서 작고 오래된 예식장을 지켜온 노부부의 역사를 읽다 보면, 잊고 지내던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과 내일을 향한 희망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클. 16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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