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기울기는 각도가 늘 다르다/ 어떤 날은 좁혀졌다 어떤 날은 벌어졌다/ 예각과/ 둔각 사이를/ 질정 없이 넘나든다// 오래된 나사처럼 녹이 슬면 닦아주고/ 헐겁고 무뎌지면 조였다가 풀었다가/ 때로는 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그런 사이…" ('부부' 전문)

'부부'라는 제목을 가리고 읽으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다. 그만큼 제민숙 시조시인의 시는 비유법이 강렬하다.

시집 해설을 쓴 시조시인 김복근 문학박사는 이 시에 대해 "부부는 닮는다고 하지만 비과학적 논리"라면서 공감하고 "부부는 서로의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으니 '녹이 슬면 닦아주고/ 헐겁고 무뎌지면' 다시 조이면서 서로의 감정을 맞춰온 사실을 낯선 표현법으로 새로운 언어미감으로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고성 출신인 제 시인은 19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해 고성문인협회장을 지냈고 현재 경남문인협회 이사, 경남시조시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복근 박사는 그의 시조를 "신뢰가 바탕이 된 정신세계와 아름다움의 밑거름이 되는 화자의 돌올한 시조세계를 탐미하는 일은 자못 흥미롭다"고 했다.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보여요/ 적당한 간격 두고 그렇게 살다 보면/ 못 보던/ 모습들까지/ 한눈에 다 보여요// 가까우면 찔릴까/ 너무 멀면 잊힐까/ 키워온 그리움도/ 억눌러둔 아픔도/ 괜스레 쓰는 마음도/ 한눈에 다 보여요" ('배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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