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여부와 무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어떤 형태의 가족 구성하든 존중받아야

최근 사유리 씨의 출산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축하하는 분위기이며 이를 넘어 비혼 출산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 반갑다. 사유리 씨의 출산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가족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가족을 둘러싼 인식은 생각보다 공고하며 쉽게 깨지지 않는다. 1인가구와 부부로 구성된 가족이 전체 가족의 절반을 넘어서고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비혈연가족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3~4인 가족을 정상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

당연히 출산은 결혼을 전제하고 있으며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을 하는 것은 사회의 부정적 시선과 차별을 견뎌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는 이러한 인식의 균열을 보여주었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응답은 59.7%로 절반 이상이 되었고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도 30.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 결혼하지 않았지만 자녀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유리 씨의 출산은 이를 실현 가능한 현실로 보여주었다. 출산이 결혼을 전제하지 않아도 되는 여성의 권리이자 선택이라는 것을, 나아가 비혼 출산이 편견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하는 것임을 인식시켜 주었다.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다"라는 사유리 씨의 발언에 보건복지부가 정자 기증을 통한 비혼 출산이 '불법은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정자 기증 대상을 법률적 부부관계에서 사실혼 관계까지 확대했다. 물론 여전히 비혼자는 제외하고 있지만 공고한 가족제도의 균열과 변화가 느껴진다.

비혼 출산이 우리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서구 사회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2018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혼외출산율이 40.7%에 이를 만큼 생소한 일도 아닌 것이다. 이 차이는 임신과 출산을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으로 존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어진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에 대한 존중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여성에게는 임신과 출산을 할 권리와 하지 않을 권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결혼을 했지만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을 권리,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임신과 출산을 할 권리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그 아이가 우리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누구와 어떤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든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유리 씨의 출산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비혼 가족이 이상한 가족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 중 하나로 바라보는 사회로 한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며 그녀의 용기 있는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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