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40년형 조주빈 등 8명
범죄 계획·역할 분담 인정
유사 사건 재판 영향 주목

올해 초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주빈(24)이 지난달 26일 법원 1심에서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았다. 공범인 전 거제시 공무원 천모(29) 씨에게는 징역 15년이 내려지는 등 일당 8명 모두 예상보다 높은 형량을 받은 데는 재판부가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은 박사방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될지 여부였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면 박사방 참여자들이 단순 공범을 넘어 범죄단체로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성립돼 더 높은 형량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이번 사건에서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빠진 채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등 혐의만 인정되면 최대 형량은 징역 15년 정도로 예상됐다.

형법 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2013년 4월 범죄단체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위험성이 큰 조직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해 혐의 대상에 '범죄집단'이 추가됐다.

박사방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대해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으며, 범죄 계획·실행을 쉽게 할 정도면 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조주빈 등 공범들은 지난해 피해자 물색·유인 역할과 성 착취 영상물 제작 역할, 영상물 유포 역할, 수익금 인출 역할 등 유기적인 역할분담 체계를 구축해 '박사방 조직(일명 팀박사)'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했다"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조주빈에게 속거나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주빈이 구성원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더라도 구성원들은 조주빈이 암시한 성 착취물이나 고액방 등이 실존할 것으로 기대하고 참여하면서 가상화폐를 제공하거나 범행에 협력했다"며 "이는 결국 일련의 범행이 반복되고 더욱 고도화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주빈 지시에 따른 다른 구성원들의 범행 가담 행위는 범행 규모와 반복성에 직접적 영향을 준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박사방 조직은 범죄 사실을 인지한 구성원이 오로지 그 범행을 목적으로만 구성하고 가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범죄 목적 외 다른 조직 목적이나 구성원 상호 간 인적 유대관계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통상적인 '집단'이나 '단체'와 구별되는, '범죄집단'으로 인정할 유력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온라인·비대면 공간에서 새로운 범죄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성범죄 경우에도 "디지털 공간을 이용해 고도로 지능화·첨단화·조직화한 새로운 유형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 웹하드, 소라넷 등을 이용한 성범죄가 수사 대상이 되자, '텔레그램' 등 폐쇄적 SNS나 '다크웹'과 같은 새로운 유통 매체를 범죄에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범죄 수익 역시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고자 가상화폐 거래 등을 이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대면 공간 디지털 성범죄는 익명성과 보안성, 비대면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오프라인 범행보다 조직화한 범죄로 발전하기 쉽고 피해 수준 역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서로 얼굴과 이름을 모르더라도 각자 역할을 정하고 함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범죄집단'이라 본 이번 판결이 앞으로 다른 디지털 범죄 재판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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