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D' 라인이 꽤 뚜렷해졌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배만큼 움직임도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몸이 변화하면서 또 달라진 점이 있다. 우선 길을 걷다 만나는 낮은 턱이나 계단이 허들처럼 느껴진다. 마주치면 발길을 멈추고 심호흡부터 한다. 건널목 보행신호는 언제 짧아진 건지. 총총거리며 걸음을 재촉해도 건너편엔 턱걸이로 도착한다. 다행인 건 이 모든 불편이 짧게는 3개월이면 끝난다는 점이다. 출산하고 몸이 회복하면 눈앞을 가리는 듯한 장애물은 발목 높이로 낮아질 테고, 보행신호도 충분히 길어져 있을 테다. 하지만 이런 불편을 기약 없이 겪어야 하는 이들도 있다. 평생 길가의 턱 하나를 벽처럼 돌아가고, 건널목을 육상 선수의 마음으로 건너야 하는 이들 말이다.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김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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