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말로만 균형발전, 실체는 없어
고령 농부들 이후엔 농촌·농사 어쩌나

축구경기에서 한쪽은 너무 잘하고 다른 한쪽은 너무 못할 때 운동장의 반은 거의 텅 비다시피 한다. 서로 밀고 밀리는 것이 없는 이런 축구경기는 너무 일방적이어서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지방은 비어가는 꼴이 재미없는 축구경기와 너무 흡사해 보인다. 이렇게 한쪽으로만 쏠려서는 재미없는 축구경기와 같이 대한민국의 미래도 영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몇 년 전 경주공단에서 자동차 관련 회사의 일을 본 적이 있다. 그 회사 인력담당 간부는 가장 큰 고민거리가 인력 확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 노동자 중 젊은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사무직에는 있었지만 평균 근무 연수가 1년 남짓이라고 했다. 뽑을 사람이 없고 뽑아 놓아도 금방 떠나버리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 공업수도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좀 더 거리가 있는 곳들은 더욱 심할 것은 불 보듯 뻔한 노릇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명문대를 나온 그 회사 회장님은 자기 모교 출신들을 뽑아보라고 넌지시 권하니 인사 담당자는 돌아가는 길에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 정치권의 논쟁거리인 부동산 문제도 근본 원인은 인구 쏠림현상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인들이나 말로만 균형발전을 들먹일 뿐 실제는 없었다. 고위 공직자의 집 한 채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국가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진지하고 심도 있는 대안을 마련할 책임은 정권과 정부에 있다. 국정과제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한다. 그런데 심지어는 거꾸로 가고 있다. 얼마 전 지방 기업들이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그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지방분권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정부가 말의 성찬에 능하고 요란한 빈수레 소리를 듣는 이유이다.

그래도 지방도시들은 아직은 수도권으로 향하는 발길을 돌릴 기회라도 있다. 그마저도 지금처럼 헛발질을 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겠지만, 그보다 여건이 좋지 못한 농촌사회는 그야말로 붕괴 직전이다. 대부분의 인구가 고령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들은 복지 관련 일을 하고 70~80대 할머니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억지로 한다해도 노동할 수 있는 햇수가 길어야 3년 정도일 것이다. 그 빈자리의 일부는 지금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울 것이고 그보다 많은 농사가 사라질 것이다. 그야말로 빈 들판에 허수아비만 남는 곳도 많을 것이다. 전교생이 열 서넛밖에 안 되는 초등학교가 부지기수인 것이 그 증거이다.

어떤 사회이건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관건은 회복 불능에 빠지기 전에 정상으로 돌리는 힘이 그 사회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을 풀자면 가장 먼저 정치가 제대로 서야 한다. 제 자식이나 감싸는 팔푼이들이 정의니 민주니 백번 뇌어봐야 제 손만 녹일 뿐이다. 정치의 기본은 감동이다. 지금 정부가 잘하는 감성팔이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기 희생은 필수인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정치가 너무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편을 갈라놓으니 아무리 죄가 있어도 뻔뻔하게 굴 수 있다. 이것은 정치를 빙자한 조폭놀음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런 터에 시골 농부가 아무리 삿대질을 해봐야 별무소용임을 안다. 하지만 할머니 몇 분과 미나리를 가리면서 문득 가슴을 친다.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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