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증세 더 악화?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질환 바깥활동 줄면 증상 나빠져
온라인 자가진단 정확?
출처 불분명한 자료가 많아 중증도 자의적 판단할 우려
주저 말고 안심센터로
단계별 검사·약물치료 지원…각종 혜택 놓치지 않게 돕고 보호자 돌봄교육·모임 운영

TV를 보다가 채널을 바꾸려는데 작동하지 않아 손에 쥔 것을 보니 손전화였다는 경험을 얘기하며 '나, 치매 걸렸나 봐' 하고 농담을 한다. 어찌 보면 이러한 농담을 던지는 것은 치매 질환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치매의 심각성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다뤄졌기에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걷어갈 수 있는 질환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초로기치매를 다뤘는데, 치매가 가족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은 더 크다고 하겠다. 지난주 창원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창원보건소 이종철 소장과 창원경상대병원 신경과 김승주 교수를 만나 치매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들었다.

▲ 이종철(왼쪽) 창원보건소장과 김승주 창원경상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치매를 올바르게 관리하고 안심센터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현수 기자
▲ 이종철(왼쪽) 창원보건소장과 김승주 창원경상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치매를 올바르게 관리하고 안심센터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현수 기자

-치매 환자가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맞는지요?

김승주(김) "치매는 신경퇴행성질환으로 대부분 서서히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만성 질환입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치매 환자가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기보다 치매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던 환자들이 겨울에 악화해 인지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 신체적 혹은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 증상이 나빠지는데 이 시기에 가족들이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 어르신들을 보면 전혀 치매일 거라고 보이지 않던 분이 치매 진단을 받기도 하던데, 초기 치매일 때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치매 초기일 때는 최근에 있었던 주요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옆에서 알려주어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간혹 길을 헤매기도 합니다. 주부일 경우, 집안 정리정돈이 안 된다거나 음식이나 재료를 샀음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또 사놓는 경우가 발생하지요."

-자신이 치매일 가능성을 대부분 부정하기부터 한다던데, 조기에 진단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

"맞습니다. 대부분 치매 검사를 혼자 오시는 경우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가 많고, 치매가 시작된 분이면 가족들이 억지로 모시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매로 넘어가기 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일 때 미리 진단을 받고 약을 드셔야 진행과 악화를 늦출 수 있지요. 흔히 이 단계를 단순 건망증으로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연세가 들었다면 건망증인지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된 상태인지 정확한 신경심리검사를 받아야만 알 수 있습니다."

▲ 창원치매안심센터 외관. /정현수 기자
▲ 창원치매안심센터 외관. /정현수 기자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에 가기 전에 스스로 치매인지 아닌지 진단할 방법이 있습니까?

"대중매체나 온라인에 있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먼저 확인해보실 수 있지만, 이 내용에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때의 증상들이 섞여 있어 그 중증도를 과소 혹은 과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먼저 상담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젊은 사람에게도 치매가 없지는 않을 텐데 젊은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 치매 증상이 나타나나요?

"경계를 설정한다는 게 애매하기는 합니다만,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65세를 기준으로 아래면 초로기치매 혹은 조기발현 알츠하이머병 치매라고 합니다. 이 경우 기억력 저하 및 보행 장애, 움직임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외에도 성격 변화나 행동 이상을 주 증상으로 하는 전두측두엽치매도 40~50대에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치매안심센터가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안내하는 등 차츰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센터의 역할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이종철(이) "치매 조기발견을 위해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하고 검사결과 인지 저하자에게는 치매진단과 감별검사를 더 합니다. 치매로 진단되면 사례관리, 쉼터와 배회인식표 지원, 지문등록, 치료관리비 지원, 환자를 돌보는 데 쓰이는 조호 물품 제공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치매 판정이 났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 치료받게 되나요?

"병원과 연계하여 병원에서 진료를 지속하면서 약물치료를 합니다. 약물은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서서히 양을 늘려나갑니다. 그리고 치매가 진행되면 망상 및 성격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때 보호자들이 매우 힘들어하더군요. 환자에게는 약물을 쓰면서 보호자들이 환자를 돌보는데 덜 힘들고 덜 위험하도록 증상을 조절합니다.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치매 초기일 때 자신의 병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이면 비약물적인 방법을 알려주고요, 점차 증상이 진행하게 되면 보호자들에게 상황별 대처 방법을 알려주면서 함께 헤쳐 나갈 수 있게 돕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와 요양보호사 등의 혜택을 안내해 줍니다. 이후에는 중증 치매매자로 등록시켜 산정 특례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진료를 볼 때 무료로 검사하는 것과 유료로 하는 것이 있을 텐데, 소개해주시죠.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총 3단계 검사를 진행합니다. 먼저 치매선별간이검사를 하고요, 그 결과 인지저하로 나타나면 2단계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합니다. 센터에서는 무료로 진행해요. 그런데 협력병원에서 하게 된다면 건강보험료 중위소득 120% 이하이면 1인당 15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또 2단계에서 치매로 나타나고 중위소득 120% 이하면 3단계 검사인 혈액 검사와 뇌 영상 촬영과 같은 감별 검사에서 1인당 8만 원까지 지원받고 나머지는 본인 부담입니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으면 여간 힘들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우선 '병이 있는 분이다' 하고 보호자가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짜증 내고 다투기보다 격려와 칭찬이 되는 말을 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성격 변화는 증상마다 다르게 대처해야 하기에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추천합니다."

-가족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같은 게 혹시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치매환자 돌봄 역량 등을 주제로 운영하는 '헤아림' 교실이 있고요, 치매환자 가족들이 서로 지혜를 나누고 격려하는 자조모임방도 운영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현재는 온라인 밴드를 개설해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서대여, 가족 나들이, 목공예 수업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 조언을 부탁합니다.

"저도 항상 환자들에게 치매예방 혹은 치매 진행 지연을 위해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은사님이신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님의 말씀입니다. '진인사대천명고'. 즉 진땀나게 운동하라,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어라,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 대뇌활동을 열심히 하라,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마라,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을 조정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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