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법 적용 벗어난 노동현장 많아
일하는 모든 이의 권리 공평한 보장을

오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면서 돌아가신 지 딱 50주년 되는 날이다. 그 당시에 비하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밑바닥 노동의 현실은 열악하다. 대공장이나 나름 규모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이 대개는 준수되고 있지만, 문제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나 현실적으로 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노동현장이 여전히 꽤 많다는 것이다.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기본법이 아니라 규정된 조건을 갖추었을 때만 적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실제로는 노동자임에도 형식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고 인적 용역을 제공하는 이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법에 규정된 각종 의무를 회피하고 싶은 사용자들은 과거에는 노동자로 고용했던 이들도 개인사업자로 바꾸었다. 배달노동자, 학원강사 등 많은 직종이 과거에는 노동자였다가 이제는 개인사업자가 되었다. 본인의 이동 수단 이외의 별도 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고 인적 용역만 제공하는 경우에는 이들도 노동자로 규정하여 노동법 상의 각종 규정들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른바 5인 미만 사업장의 문제가 있다. 5인 미만인 경우 근로기준법의 규정 중 상당수가 적용 제외된다. 연장 및 휴일근로에 대한 할증이나 연차휴가, 휴업수당 등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실제로는 5인 이상 사업장인데도 형식상으로 사업장을 쪼개서 5인 미만으로 만들어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꽤 많다. 규모에 관계없이 법을 전면 적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이런 위장분할에 대해서라도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르바이트 등 단시간 노동자나 일용노동자인 경우, 원래는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노동법 적용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근로계약서도 거의 교부되지 않고 있으며, 각종 수당 등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단시간 노동자라도 3개월 이상 계속 근무하면 4대 보험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이 역시 잘 안 지켜진다. 이런 것에 대해 문제제기했다가는 일자리 자체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역시 사후에라도 적발되면 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중과하는 등 사용자가 오히려 손해가 되도록 함으로써 준수율을 높여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타인의 노동을 값싸게 부려먹는 것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는 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 등은 모두 실제로는 심야노동이나 장시간노동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며, 노동자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돈을 벌기 위한 본인의 선택이고 소비자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심야나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아도 적절한 대가가 주어져야 하고 꼭 필요한 경우라면 수당을 대폭 올려야 한다. 편리하다고 타인의 노동을 값싸게 부려먹으면 당신의 노동 또한 누군가에게 값싸게 부려먹힐 수밖에 없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는 형식상 지위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는 것이 나의 노동이 존중받는 길이기도 하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의 외침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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