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코로나19에 학교도 혼란
교육 본질·목적 고민할 철학의 시간

'답답하지 않나요? 왜 모두 마스크 쓰고 있어요?' '아~ 우린 지구별에 새로 모습 드러낸 '호모 마스크스'란다.' 출근길에 만난 어린 쇠박새 한 마리가 고개 갸웃거리며 물어보는 듯해서 마음속으로 답했습니다. 쇠박새는 나뭇가지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신기한 듯 지나는 사람들 모습을 쳐다봅니다. 인간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자괴감에 빠진 제 마음속 생각입니다. 중앙 현관 앞에 들어서니 금목서 향이 은은하게 코끝을 스칩니다. 분명 가을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는 다시 혼란에 빠졌습니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학사 일정 만들고, 수업 동영상도 제작합니다.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학교에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이들을 잠에서 깨워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에 참여시키는 일입니다. 학생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잘 참여하는데 몇몇 아이들은 늘 감감무소식입니다.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거나 받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경우는 곧바로 부모에게 전화를 겁니다. 부모도 전화를 받지 않으면 대략 난감 상태에 빠집니다. 수차례에 걸친 통화 시도가 무산되어 자세히 살펴보면 아예 담임 전화를 차단해 놓은 일도 있습니다. 몇 차례에 걸친 실랑이 끝에 1교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수업은 교과 선생님 담당입니다. 시간마다 수업에 들어와서 잘 참여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사정이 있어 늦게 들어오거나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또다시 전화를 걸어봅니다. 학생이 받지 않으면 부모에게 전화를 겁니다. 문자도 보냅니다. 이런 상황이 무한 반복으로 이어집니다.

학생에게서 날아올 답장 기다리고 있는데 통신회사로부터 '초과 문자 발송' 경고장이 날아올 때도 있습니다. 따져보니 기본적으로 한 학생에게만 하루에 다섯 번에서 여섯 번이나 연락했던 것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라 학생도 선생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대화와 소통, 정서적 교감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집니다. 등교 수업 중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 그저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아 있기만 합니다. 거의 혼자서 수업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선생님 입장도 무척 힘듭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공부한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면 대부분은 모른다고 답하거나 생각이 나질 않는다며 고개를 젓습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자기주도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입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면서 학력 격차 문제도 많이 나타납니다. 해소 방안을 모색해 보는데 쉽진 않습니다. 가정과 학교, 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이렇게 모든 상황이 어렵지만, 학자들은 지금을 '철학의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철학의 시간에는 성찰과 혁신을 동시에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디지털 강국의 위용을 앞세운 기능적 수업 진행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한 교육의 본질과 목적이 뭔지를 고민할 시기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미래 사회를 살아갈 주인공들과도 함께 소통하며 고민해 나가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왜 일어났을까?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걸까? 팬데믹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이제라도 처절하게 고민하고, 또 처절하게 바람직한 행동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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