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치 충돌할 때 비전 공감·타협 필요
부마항쟁 규명 회피·과장 '여과' 거쳐야

경상남도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은 경남에 소재한 17개 대학과 11개 대기업 등 49개 공사기관이 상호 협력하여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1979년 10월 16일 부산에서 시위가 발생한 이후, 마산과 전국적으로 확산된 항쟁의 양상을 밝히고, 이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일의 특성은 개인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해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예술가의 창작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의 창작품이 아름다움과 독창성이라는 보편적 기준에 의해 평가를 받듯이, 지역혁신 플랫폼은 인재양성을 통한 지역 소재 기업의 미래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부마항쟁 보고서는 과거사 청산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보고서 질을 보장하면서도, 대한민국 정통성인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선배 국민들의 노력을 평가하여, 현재에 사는 우리들에게 민주정기를 되살리고, 국민의 연대성에 기여하는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부여된 성과목표는 분명한 셈이다. 이는 이 사업 관여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격려를 받는 대의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들어가면, 판단 기준은 달라진다.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과 기여를 많이 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가 충돌한다. 인재양성을 위한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에 모두 혜택이 가야 한다는 것은 가정이나 일상생활에서는 충분히 적용 가능한 논리이기는 하지만, 경쟁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 기업, 국제관계, 노동시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에는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 이해자간 대타협을 통해 성과를 높이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선 나누어줄 파이를 키우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그 성과가 골고루 수혜를 보게 하는 전략이다. 물론 이 전략은 미래 비전에 대한 공감, 사회적 타협, 신뢰가 전제가 되어야 통용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격차와 경쟁을 인정하고, 사회적 불신을 체화하는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전략이다. 그러나 명백한 비전에 대한 공감은 대학과 기업, 경남도민 전체의 미래를 공유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사회적 타협은 시공간적인 원칙과 전략적 입장을 확립하면서, 그리고 신뢰회복의 프로세스는 작은 성과를 통해 조심스럽게 정책을 숙성시키고, 시행착오를 허용하면서 진행할 수 있다.

부마항쟁 진상규명이 국가사업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참여자들의 체험에 대한 증언, 그리고 체험자들의 역사적 평가가 분출되고 있다. 진상규명의 원칙은 분명하다. 일단 공문서 자료를 통해, 그리고 항쟁 체험이 비교적 생생한 80년대 자료에 서술된 자료를 생생하면서도, 기억이 왜곡되지 않고, 이해관계가 오염되지 않은 자료로 평가하여 우선권을 두고 있다. 이에 역사적 의미에 대한 평가를 위해 역사 서술의 원칙, 과거사 정리의 국제적 규범, 집합행동에 대한 의미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 자료도 많이 발굴, 제공되고 있고, 증언 기록도 축적되어 어느 정도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조직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난관에 부딪치기 시작한다. 조직의 과거 치부를 드러내는 자료 제공의 기피, 개인들 죄를 회피하고, 공으로 내세우려는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참여자들은 공을 내세우기 위해 과장하거나, 체험을 기반으로 역사적 자평을 하려는 기운이 농후하다.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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