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원인 없이 복통 동반 설사·변비
여성 에스트로겐 영향 더 큰 통증 느껴
스트레스 영향 커 항우울제 처방 염두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일이 있다면 즉각 표정이 바뀌면서 화를 내거나 토라지거나 씩씩거리며 안절부절못한다. 별것 아닌데도 그렇다. 그럴 때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몸속에 있는 대장도 예민하면 사람을 못살게 군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음식을 잘못 먹었을 때, 혹은 인체 호르몬이 교란을 일으켜 이상이 생겼을 때 등등.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화장실부터 찾게 만든다.

변비가 심하거나 설사가 잦다거나 또한 늘 피로해하는 데다 머리나 골반에 통증이 함께 오는 사람, 과민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이다. 증상으로 보면 주변에 의외로 이런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아프다가 곧 나아지기 때문에 병원으로 직행하는 사례는 또 별로 없는 것같다. 대체로 살짝 아프다 말고 하는 만성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과민대장증후군 질환이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러면 평소에 이를 관리할 방법은 없을까, 창원 파티마병원 신재욱 소화기내과 과장에게 물어보았다.

▲ 신재욱 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정현수 기자
▲ 신재욱 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정현수 기자

-과민대장증후군이란 게 어떤 질환인가요?

가장 흔한 기능성 위장 질환의 하나인데, 특별한 원인이 없이 복통이나 배변의 이상을 동반하는 질환입니다. 설사가 나오거나 반대로 변비가 생기거나, 혹은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발생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설사를 많이 하고 여성은 변비와 원인 불명의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요.

-왜 이런 과민대장증후군이 생기는가요?

과민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근섬유통, 만성피로증후군, 만성골반통, 만성편두통 같은 만성 통증을 동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원인은 호르몬 불균형이라든지 신체 과민, 과다한 스트레스, 장내 세균총의 이상 변화, 심리적 요인, 또 장내 운동 및 감각 기능이 떨어질 때 등 원인은 다양합니다.

-호르몬 때문에 그런 증후군이 생긴다는 건 무슨 얘긴가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대장 연동 운동 기능을 떨어트릴 수 있어서 여성에게 변비가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에스트로겐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기 때문에 여성이 통증에 더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통증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어 남성에게 복통을 동반하는 과민대장증후군이 적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외에 어떤 원인이 있을까요?

정신적 스트레스도 큰 원인이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호산구와 비만세포(mast cell)를 활성화해 소장과 대장에서 장벽 투과성을 증가시켜 설사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내의 정상 세균총이 감소하면 장의 염증 조절과 장내 면역 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장내 분비물 조절 이상, 장운동 조절 이상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과민대장증후군인지 어떻게 진단하나요?

복통, 설사, 변비 등으로 병원에 오게 되면 장염 등 염증성 장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필요에 따라 위와 대장내시경, 복부초음파 검사, 복부 CT 검사 등을 하는데 질환이 나타나지 않으면 과민대장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치료는 심리적 치료, 식이조절, 장내 미생물 교정, 그리고 약물치료가 있어요.

<올바른 관리법>
1. 적당한 운동으로 스트레스 해소
2. 치즈·아이스크림·생크림 피하기
3. 술·매운 음식도 설사 유발 주의
4. 몸에 맞는 유산균제 꾸준히 먹기

-아무래도 약물치료가 가장 흔한 방법일 것 같은데요.

약물치료도 상태에 따라 다른데, 설사가 주 증상이면 지사제를 설사할 때마다 복용하고요, 세로토닌 3형 수용체 길항제를 하루 한 번 복용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위약군(환자에게 심리적 효과를 얻도록 하려고 주는 가짜 약을 먹는 집단)에 비해 20% 더 좋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그리고 세로토닌 4형 수용체 작용제는 위장관 운동촉진제로 변비 관련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약제입니다.

-유산균이 장에 도움이 많이 되나요?

유산균제는 4~8주, 혹은 그 이상 투여한 연구에서 설사와 복통, 복부 팽만, 가스 배출 등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다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 시판되고 있는 많은 유산균제 중에서 어떤 균주가 특별히 도움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유산균제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요. 조금씩 먹어보고 맞는 게 있으면 6개월 드시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었을 때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

항우울제 투여가 복통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항우울제를 복용하겠다는 환자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다른 약제를 사용해도 복통이 잘 낫지 않는 분들에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작용이라고 해야 약간의 진정작용, 그리고 항콜린작용에 의한 입마름 정도로 미미하므로 4주 이상 복용해보고 증상에 따라 처방을 조절합니다.

-포드맵 식품들은 장에 흡수가 잘 안 돼서 과민대장증후군 환자는 피해야 한다던데, 왜 그런지 말씀해주시죠.

수년 전부터 서구에서는 저포드맵식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아 포드맵(FODMAP Fermentable Oligosaccharides, Disaccharides, Monosaccharides, And Polyols)이란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당을 말하는데 발효성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에 속하는 당류를 말해요. 이것은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이동해 세균의 발효 작용을 증가시켜 가스를 발생하게 합니다. 이 때문에 복통이나 복부팽만감, 더부룩함을 느끼게 하지요.

-포드맵이 많은 식품과 적은 식품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함량이 높은 음식은 수박과 사과, 배, 우유, 구운 콩, 배추와 마늘, 무, 파, 고추, 버섯, 양배추, 잡곡, 탄산음료 등이 있는데, 이런 걸 안 먹고 살 순 없죠. 저포드맵 식품은 바나나, 오렌지, 딸기 같은 과일과 고구마, 감자, 토마토 같은 채소, 쌀과 요구르트나 유당이 제거된 우유 등인데 이런 음식만 먹기는 어렵죠. 치즈, 아이스크림, 생크림 이런 쪽은 피하고, 또 술이나 매운 음식도 설사를 유발하므로 피하되 편식하지 말고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게 좋겠죠.

-과민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음식도 주의해야겠지만 운동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네, 과민대장증후군 증상에 운동은 크게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하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적정한 수준으로 꾸준히 하는 게 좋습니다. 또 운동은 심리적 불안을 해소해 주는 역할도 하므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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