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목적 약속' 업체 권한 넘겨
경남도 관련 예산 확보하기로
광주시 북구 응용 제작 돌입

"제가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특허 욕심은 없어요.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박지은(40) 녹색어머니회 경남연합회장은 '특허' 이야기에 손사래 쳤다. 특허를 내고 싶다며 찾아온 업체에 관련 권한을 모두 줬다는 박 회장은 대신 △갑질 금지 △공익 목적 사용 △가격 변동 금지 △국산 원단 사용 조건만 걸었다고 했다.

특허 이야기가 오갈 정도로 '핫'한 이것은 박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 만든 '차토시', 이른바 '카토시(CAR토시)'다. 팔 전체에 끼는 토시에서 따온 것으로 차량 사이드미러에 씌울 수 있는 토시를 말한다.

지난 4일 처음 선보인 차토시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막으려는 참신한 발상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박 회장을 비롯해 녹색어머니회와 창원서부경찰서·창원시 의창구청 직원들이 창원 명곡초교 일대서 차토시를 활용한 캠페인을 펼쳤다. 박 회장이 사비 30여만 원을 들여 제작한 차토시를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드미러에 씌우는 캠페인이었는데, 불필요한 마찰을 막고 인식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일도 주차할 테니 이왕이면 한 쌍을 달라'며 농담을 건네는 시민부터 '주차할 데가 없어서 했다.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시민도 있었다. 지나가던 차량이 '하나 달라'며 요청하기도 했다.

▲ 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막고자 차토시 아이디어를 내 캠페인을 전개한 박지은 녹색어머니회 경남연합회 회장. /이창언 기자
▲ 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막고자 차토시 아이디어를 내 캠페인을 전개한 박지은 녹색어머니회 경남연합회 회장. /이창언 기자

지난 2015년 녹색어머니회 경남연합회에 가입해 2019년 회장에 선출된 그는 경찰과 대화에서 차토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후 스쿨존 속도 위반은 감소했지만, 불법 주정차는 여전하다며 하소연했죠. 주민신고제가 새로 시행됐지만 신고하다가 괜한 싸움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고요. (경남도교육청이 시행하는)가방안전덮개처럼 차량 전체를 덮개로 씌우자는 등 논의를 하다가 사이드미러 이야기가 나왔죠. 사이드미러에 씌우기만 하면 쓰레기가 될 수 있으니, 토시를 떠올리게 됐고요."

이후 박 회장은 차토시 도면을 그려 제작 업체를 찾아 200개를 시범으로 만들었다. 소수 제작이라 문구를 인쇄할 수 없어 녹색어머니회 회원 손을 빌려 '스쿨존은 아이들에게 양보해주세요'라는 글을 직접 써넣었다.

현재 차토시 제작은 멈췄다. 비영리단체인 녹색어머니회는 회원에게 회비를 받지 않는다. 2019년 기준 도내에 20개 지회, 2만 6000여 명 회원이 있지만 예산이 따로 없는 이유다. 첫 제작 때 박 회장이 사비를 들인 것도 이 때문인데, 다행히 내년에는 제작 재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경남도에서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고 경남도자원봉사센터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죠. 지역 국회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예산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도 했고요. 광주시 북구에서는 차토시 아이디어를 빌려가 이미 제작에 들어갔어요. 도내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으면 하네요."

6학년 아들을 둔 박 회장은 올해를 끝으로 녹색어머니회에서 나온다. 박 회장은 회장이기 이전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당부 말도 잊지 않았다.

"차토시도 좋고, 스쿨존 내 속도제한 카메라 설치도 좋지만 가장 필요한 건 인식이라 봐요. 등·하교, 특히 등교 시간만이라도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스쿨존 내 점멸 신호등을 없애고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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