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검찰청법 대통령령 개정안
견제·균형 아닌 새로운 사법독점의 시작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이 가장 요구했던 과제는 '검찰 개혁'이었고, 어느 부문보다 가장 힘들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일제가 조선에 대한 형사사법통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입한 검사 독점 형태의 형사사법제도는 광복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독재와 군부정권의 충실한 도구가 되어 더욱 견고한 사법 성(城)을 쌓았다. 결국 너무 많은 권력을 독점하며 모든 사회현상에 개입하고 책임 없는 검찰에 대해 국민은 분노했고 그 결과 올해 1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어렵게 일부 개정되는 단계를 맞이했었다.

법이 개정되면 대통령령도 법의 취지에 맞게 개정되거나 제정된다. 세세한 부분까지 법에 모두 담을 수 없으니 시행령을 만들어 해석을 통일하고 추가 규정도 담게 되는데, 쉽게 설명하면 법은 건물의 뼈대이고 대통령령은 그 건물에 필요한 복도와 계단을 만들고 부속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가끔 건축물에 맞지 않는 증축을 하거나, 용도와 다른 행위를 하면 처벌되고, 원상복구가 강제되기도 한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여 책임수사 의무를 다하도록 하였으며 고소인의 이의 신청권과 검찰 사건 송치를 보장하기 위해 90일간 검찰의 기록 열람권을 주어 통제하도록 했다. 90일을 정한 이유는 억울한 피의자가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장기간 수사기관에 노출되는 피해가 없도록 한 것이지만, 대통령령 입법 예고안을 보면 검찰은 기간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으며 송치요구권도 부여하여 언제든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과거처럼 가로채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대통령령이 불법증축을 한 셈이다.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법률로 공직자·선거·부패·경제·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종류로 제한하였다. 수사보다는 검찰 본연의 업무인 기소유지에 집중하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역시 대통령령은 역주행이다. 마약 사건은 보건범죄 또는 강력범죄인데 경제범죄로, 사이버범죄는 대형참사로 포함해 예전처럼 검찰이 주도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더 나아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닌 사건이라도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할 수 있는 조항도 슬그머니 넣었다.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과 달리 압수수색영장은 변호사가 개입할 수 없는 영역으로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의사에 관계없이 범죄 혐의만 소명하면 발부받을 수 있다.

이것은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로 이어지는 별건 수사의 시작이다. 국민의 요구로 만든 법률은 검찰 역할을 제한하려고 하는데, 그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은 오히려 역할을 확대시키는 이상한 형태이다. 이런 모순된 입법 예고안의 목적은 그냥 예전처럼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유지시키겠다는 의도로 의심된다.

수사에 관한 시행령은 국민의 사법적 권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주관부처는 법무부로 하고 행정안전부, 경찰 등 그 외 기관은 협의 대상으로 만들었으니 견제와 균형이 아닌 새로운 사법독점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검사는 평범한 공무원일 뿐인데 그들의 인사발령은 늘 주요 이슈가 되며 몇 명이 사의를 표명할지도 매우 궁금해한다. 정년을 채우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는 공무원이 대한민국에 또 어디 있을까? 형사법 시행령 예고안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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