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빈 공간 다시 채워가는 데에
자연과 문학이 조금이라도 힘 되길

임항선 철길을 걸으면서 문득 내 시를 보았다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달에 마산 임항선 그린웨이에서 마산문인협회에서 시인들의 시를 시화로 옮겨놓은 전시가 있었다. 문협에서는 시민들의 발길이 많이 오가는 곳에 시화전을 마련하여 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그곳에 전시를 했다. 친구는 임항선 철길을 걷다가 내 시를 보고 반가워서 전화한 것이다. 서로 반갑게 안부를 물으며 마산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위안을 얻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요즘처럼 힘들 때는 집 주위에 날마다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그나마 숨 쉴 수 있고, 그 속에서 마산 시인들의 시를 접할 수 있어 더 좋았다는 그녀의 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보랏빛 맥문동 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낮은 담 낮은 창문이 있는 아담한 집들/집 앞에 앙증맞은 꽃밭에는 키 큰 옥수수/ 그 아래 올망졸망 달려 있는 까마중이/추억을 부 른다//으스름하게 보이는 노을 진 산책로 따라/낮달이 진다'.

이 시화는 김민정 수필가의 '임항선 철길 따라'라는 수필에서 인용한 글인데 임항선을 걸어본 사람은 이 느낌을 가지며 그곳 풍경을 마음으로 쓰다듬으며 걸을 것이다. 임항선 그린웨이는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지역에 위치한 '임항선' 폐철길을 활용하여 공원으로 만든 곳인데 지금은 많은 시민이 이곳을 산책로로 걷고 있다. 친구가 이 시를 보니 임항선 산책로 느낌이 나서 좋다며 보내준 시 중의 하나이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다음 날 저녁 무렵 임항선을 걷고 있는데 많은 시민이 길을 걸으며 시화 앞에 서서 시를 읽고 있었다. 사람들이 기대는 곳이 자연이며 자연 곁에 문학이 함께하는 풍경이 보기 좋았다. 문학이 조금이라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하였을 때는 감염병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갈 거라고 예측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금만 견디면 일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제는 우리의 삶이 예전의 삶으로 돌아 갈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한다. 우리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마스크를 벗은 얼굴로 환하게 웃고 이야기하며 함께 먹을 것을 거리낌 없이 나누어 먹을 수 있을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우울한 마음도 생기고 많은 것 을 잃어버렸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면 얻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자연을 돌보지 않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것에 대한 반성과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의 사랑과 자연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멀어졌고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 되었지만 사람은 서로를 떠나 살 수 없을 것이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 마음속에 텅 빈 공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빈 공간을 그냥 버려두고 바라보기보다 빈 공간을 하나씩 메꾸어 가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단조로운 일상은 의미 있는 시간을 멈추게 한다. 무디어지고 잔뜩 움츠려든 감각을 깨우고 자기의 빈 공간을 채울 무엇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가까운 자연을 찾아 자연과 교감하고 온라인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나 가까운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문학의 힘으로 자신의 빈 공간을 조금이라도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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