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성적·학벌이 전부라는 공정성 신화
지방대와 지역 기업 우대 정책화로 깨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전환 문제로 시끄럽다. 특히 인서울 명문대 출신 취업준비생들의 반발이 심한 듯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은 고임금과 고용안정성 등 가장 선호하는 직장 중 하나인데, 공채를 거치지 않고 경력만으로 정규직이 되는 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에서 전환되는 보안검색요원들이 공채로 채용되는 사무직과는 직종이 다르고 임금 수준도 다르다든지, 장시간 서서 일하는 등 노동강도가 세고 중도이직률이 높은 곳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의 경력은 공채 성적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든지 등의 '팩트'도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공공부문 정규직이라는 좋은 일자리는 시험성적으로 뽑는 게 '공정'하다는 것만이 그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한심한 일이지만 그들만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결국 이 사회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정규직은 연공급 고임금과 고용안정성 등 온갖 혜택을 누리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시장구조,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이상 믿을 것은 그나마 다른 요소의 영향력이 덜한 시험성적뿐이라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오직 입시 성적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양 교육받아 온 것 등 한국 사회의 핵심적 문제들이 동시에 작용하여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해법도 여러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정규직의 문호는 넓히는 대신 연공급 등 지나친 혜택은 줄이는 것, 보유세 및 임대차보호 강화 등 금수저의 각종 특권을 줄이는 것, 오로지 입시에 매달리게 하는 학벌 체제의 완화 등이 모두 요구된다.

어느 것도 단기간에 이루어질 과제는 아니고 짧은 칼럼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도 아니다. 하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 하나만 강조하고 싶다. 시험성적과 학벌이 전부라는 공정성의 신화를 깨뜨릴 역차별이 지금은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방에 대해서 그렇다.

과거에는 지방국립대가 최상위권을 제외한 수도권 사립대보다 더 나았다. 그런데 지금 지방대는 수도권 사립대에 한참 못 미치며 정부 지원조차 수도권 사립대에 훨씬 많이 지원된다.

한때는 영호남 간의 지역차별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은 2류 시민으로 차별받는다.

지방분권을 이야기하지만 일부 지역 내 한줌도 안 되는 일부 기득권자의 이해를 보존해주는 차원 위주이고 실제로 지역 주민, 특히 앞으로 지역에서 살아갈 청년 등 사람에게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원을 집중하는 것, 지방대 이공계 등 필요한 곳은 대학원생까지 학비 및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 지역기업과 연계해서 엔지니어 등 각종 인력을 길러내고 이들을 우선 채용하며 주택 등도 우선 공급하는 것, 지방대와 지역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R&D센터를 만들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것 등 교육 및 산업정책과 결합된 지방대 및 지역기업 우대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부 공공기관 이전 등 나눠먹기 식이 아니라 지방대와 지역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남부내륙철도 등 수도권과의 연결이 아니라 지역 내 광역교통망 등 권역 내부의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분간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지방에 대한 역차별을 멈추라는 항의를 받을 정도라야 오히려 현재의 격차가 그나마 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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