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수출문 닫는 나라 느는 것 보며
식량전쟁 위기감 커져 주말농장 기웃

"주말농장은 주말에만 가야 하나요?" "하하하, 이름이 그렇고요. 평일에도 마음대로 가서 하시면 됩니다." "아…, 비 오는 날 주말농장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하죠?" "하하, 물이 빠져나가게 고랑을 파 줘야 해요." "아…, 그러면요.…"

쉴 새 없이 모자란 질문을 쏟아내는 진행자와 시원스레 대답하는 창원시 주말농장 담당자의 생방송 대화 장면이다. TBN 경남교통방송(낭만이 있는 곳에)의 수요일 순서인 '낭만야학'에서다.

주말농장에 관한 소재를 2주에 걸쳐서 다뤘다. 농사에 대해 '1'도 아는 것이 없었던 진행자인 나는 원고 외의 질문을 마구 해댔다. 화분 분갈이도 꽃집에 맡기는 인간이다 보니 흙이라고는 만져본 기억조차 아득했다. 그런데 농사 한번 배워 보겠다고 낑낑거리며 질문을 한 것이다. 수십 년 방송경력이지만 도시촌놈(?)인 자의 현실이었다.

코로나 이후에 대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가장 확실해 보이는 두 갈래는 디지털과 농업 분야다. 비대면 시대에 사업 관련 만남과 근무환경이 디지털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은 거의 확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악수하고 밥 먹고 술 마시며 사업논의 하던 시절은 추억 속 아련한 풍경이 될 것 같다. 한 공간에서 오글오글 숨 내뱉고 대화하며 일하던 근무환경도 지우개로 지우듯 사라져 갈 것이다. 속도의 문제만 남았다. 컴퓨터 화면을 통한 비대면 회의가 일상화되고, 싫든 좋든 재택근무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재택 근무시간이 늘어나면 전기료와 집세, 용품비 등을 회사와 개인 어느 쪽이 더 부담해야 하느냐에 따른 새로운 법률분쟁이 일어날 것 같다. 물론 이 코로나 전쟁에서 살아남는 자들의 몫이겠지만.

서민인 입장에서 코로나로 발심하게 만드는 것은 농업 분야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코로나 발생 초기, 무엇부터 챙겼는지 돌아본다. 냉장고와 다목적실의 식량부터 확인했다. 원초적 본능,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의 가장 낮은 단계부터 발동되었음을 고백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살펴보았다. 쌀이 남아돈다더니, 식량자급률이 50% 이하, 곡물 자급률은 30% 이하로 나온다. 결국 쌀만 많이 생산될 뿐이란다. 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과 사막화, 미국의 바이오 연료 정책, 여기에 중국의 곡물 수입 증가 등으로 전 세계가 이미 식량 부족 상태였는데, 코로나로 각 나라가 곡물 수출문을 닫으면, 밥 대신 빵 먹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입맛을 바꾸는 게 나을 것이다. 동물사료는 거의 90%가 넘게 수출에 의존한다니, 더 큰 일이다. 억지로 채식주의자가 될 운명이다.

국제곡물시장 자체가 원래부터 먹고 남은 것을 수출하는 체제라고 한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이 쌀 수출을 금지했다가 조건부 재개했다. 캄보디아도 쌀과 벼 수출을 중단했다. 러시아도 밀과 쌀·보리 등 모든 곡물에 대한 수출을 이미 막았다. 라면이나 과자 등을 소고기처럼 먹어야 할 수도 있겠구나. 바야흐로 곡물전쟁, 식량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다시 인터넷을 뒤진다. 씨앗, 모종, 원예, 베란다 텃밭, 주말농장…. 취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자주 먹는 채소는 개인이 자급자족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아니, 서민인 내게는 이미 왔다.

코로나 와중에 세상이 더 어지럽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인간말종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문장 하나가 떠오른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인생 이치를 이렇게 말했다. "일단 먹고 나야 도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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