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적 탓하며 정치 책임 분산시켜
생각 다른 사람도 포용하는 자세 간절

지난 5월 28일 중국은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국가 안전을 위해하는 행위와 행동을 예방, 금지,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로 인해 잔뜩 긴장한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를 확실하게 강화할 수단으로 홍콩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내용도 문제지만 그 통과 절차에서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홍콩은 그동안 일국양제 하에 중국 본토와 독립적인 정치 체제를 유지하여 왔는데 이번 국가보안법은 홍콩 입법회를 무시하고 중국 본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직접 통과되었다. 이는 중국 스스로 홍콩에 대한 통치방식이었던 일국양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앞으로는 홍콩이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포기하고 중국 본토와 같은 사회주의 체제로 귀속되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권위적인 문화, 사회주의 체제로서 개인의 자유가 상당히 제약되는 나라인데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전형적인 1인 독재 국가로서의 형태를 띠어가고 있다.

미국은 대표적인 자유주의·민주주의 국가이다. 초강대국으로서 정치·경제·문화·군사 그 모든 면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대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량실직사태, 의료사각지대에 대한 사실상 방치, 빈부갈등, 인종갈등 등.

특히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시위는 점점 더 확대 및 극렬화되고 있으며 약탈·방화 등 애초 시위의 목적을 벗어난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주 차원에서의 경찰병력만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지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위대에 대한 설득과 대화보다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의 코로나 대처 실패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계속해서 중국이나 다른 외부로 돌리고 있다. 여기서 더 이상 밀리면 올 11월에 있을 재선에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는 이러한 두 나라, 특히 두 정치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나라가 한쪽은 음험하게 정치적 자유를 탄압하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대화를 거부하며 군대를 동원하려 한다.

고대부터 정치인들은 항상 내부의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들곤 했다. 시진핑은 미국을 또는 홍콩을, 트럼프는 중국을 또는 시위대를 외부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정치적 책임을 분산시키려 한다.

그나마 미국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 이런 과정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어 트럼프는 어디로 숨기가 어렵지만(그래서 더 강하게 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시진핑은 꼭꼭 숨어 있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세계 경제는 계속 좋지 않은 신호만 보이고 있다. 자신과 자신을 지지하는 일단의 세력만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정치를 할 것인지 오로지 그들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전 세계 사람들은 초조하기만 할 뿐이다. 부디 그들이 큰 정치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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