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하됐고, 기업들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고용 부진은 계속되고 실업률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경제 상황은 전례 없이 나빠졌고, 삶은 급변했다. 이에 대응한 정책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행되는 정책을 두고 '가지 않은 길'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까닭이다.

최근 기본소득이 사회 전반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본소득제는 재산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기본소득 논쟁이 촉발됐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로 말미암아 등장했다. 일부 선진국들은 기본소득 도입을 두고 이미 '가지 않은 길' 위에 섰다. 곳곳에서 기본소득을 실험하거나 도입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지만,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기본소득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정치권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아직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을뿐더러, 재원마련 등 구체적 실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는 기본소득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논의조차 가당찮다고 한다. 기본소득제 역시 한국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가지 않은 길'이다. 가지 않은 길이라고 망설이면, 영원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을 뿐이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가 걷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사례로 여겨진다. 기본소득이 이슈 선점을 위한 경쟁으로 흐르지 않고,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생산적 논의와 토론으로 진행되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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