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자 250명 복직 앞둬
노조 조직개편 요구 점거농성
사측 "수주 바닥…논의 일러"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사측과 합의한 순환 무급휴직 기간이 끝나가는 데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11일 오전 대표이사실과 산업은행 단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금속노조 STX조선지회는 지난해 12월 순환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가 오는 6월 1일 자로 복직해야 할 노동자 250여 명과 관련해 사측이 아무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창원시 진해구 본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회에 따르면 250여 명 노동자가 이달 말로 무급 휴직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사측은 나머지 250여 명으로만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인원을 배치해놨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가 11일 창원시 진해구 본사에서 보고대회를 한 뒤 대표이사실과 산업은행 단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가 11일 창원시 진해구 본사에서 보고대회를 한 뒤 대표이사실과 산업은행 단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 노사는 2018년 4월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250여 명씩 나눠 6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을 하기로 합의했었다. 이는 채권단(산업은행) 등이 요구한 고강도 자구계획안에 따른 것으로, 고정비 감축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달 말이면 무급휴직이 끝나는 노동자 250여 명은 현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지회는 이를 앞두고 지난 2월부터 조직 개편 등을 요구하며 수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자 농성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STX조선지회는 "노동자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피하고자 뼈를 깎는 고통으로 무급휴직에 동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노동자 생존권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STX조선 사측 관계자는 "현재 조선시장이 최악의 상황이라 수주 물량이 거의 없다. 노동자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복직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STX조선 한 관계자는 사측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가 조직 개편을 요구해도 사측이 협의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조는 본사에 있는 산업은행 단장실도 점거한 것이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가 11일 창원시 진해구 본사에서 보고대회를 한 뒤 대표이사실과 산업은행 단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가 11일 창원시 진해구 본사에서 보고대회를 한 뒤 대표이사실과 산업은행 단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2002년 1월 출범한 STX조선은 2013년 4월 경영 악화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 그해 STX그룹은 해체되고, STX조선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채권단은 약 4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STX조선은 2016년 5월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됐다. STX조선은 2017년 7월, 예정보다 빨리 법정관리 체제를 끝냈다.

하지만, 정부는 2018년 3월 중견조선사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며 STX조선 등에 '고강도 자구 노력과 사업 재편' 등을 요구했다. 또다시 법정관리로 들어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당시 STX조선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파업을 이어가다 결국 사측과 통상임금·상여금 삭감, 순환 무급휴직 6개월 등 '고정비 40% 감축'에 합의했다. 노사는 확약서를 제출해 겨우 법정관리행을 피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1200여 명에 달하던 노동자는 희망퇴직 등으로 구조조정돼 500여 명 규모로 줄었다.

STX조선은 지난해 5만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2척을 수주해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받는 등 경영 정상화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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