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전 직원 희망퇴직 접수
노조, 경남도청 앞 농성 시작
"산업은행 규탄…끝까지 투쟁"

STX조선해양이 무급휴직 노동자들에게 휴직기간 연장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이 2년간 무급휴직을 연장하려고 하자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앞 농성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STX조선지회는 26일 경남도청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김경수 지사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STX조선지회에 따르면 사측은 510여 명 규모의 전체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을 연장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지난 23일 보냈다.

▲ 26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노동자가 순환 무급휴직을 연장하려는 사측과 산업은행을 규탄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 26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노동자가 순환 무급휴직을 연장하려는 사측과 산업은행을 규탄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문자 메시지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다. 선박 수주에 악영향을 끼쳐 초긴축 비상경영체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며 "무급휴직 종료는 고정비 부담 등 회사 경영상 수용할 수 없다. 지금 일하는 노동자는 6월 1일부로 무급휴직을 시행해야 한다. 만약 이를 거부하고 출근하면 회사는 근로 제공 수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임을 이해 바란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지난 2년간 고통을 감내해온 노동자 처지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노동자는 6개월씩 번갈아 무급으로 쉬고, 통상임금·상여금 삭감, 단체협약상 복지 중단 등을 버텨왔다.

STX조선지회도 현재 수주 물량과 코로나19 여파 등을 고려했을 때 경영상 위기인 것은 인정하고 있다. 지회는 사측과 고용유지지원금제도 활용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상 결정권을 쥔 대주주 산업은행이 가로막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장섭 STX조선지회장은 이날 경남도청 앞에서 "지난 20일까지 사측과 협의가 일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호출에 사측이 불려간 다음, 사측의 태도가 돌변했다"며 "있는 일자리 없애고,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게 국책은행의 역할이 맞나. 우리는 산업은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STX조선지회 노동자가 사측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있다. 메시지에는 무급휴직을 연장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희곤 기자
▲ STX조선지회 노동자가 사측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있다. 메시지에는 무급휴직을 연장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희곤 기자

이날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업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도 "다른 길은 없다. 오로지 노사 합의에 따른 복직뿐"이라며 "노사는 2년간 무급휴직에 합의했으며, 노동자는 합의서대로 현장 복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경남도는 노사 합의 이행을 강제하고, 국책은행(산업은행)의 독선적 일방통행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경남도는 STX조선을 비롯해 성동조선 등 장기무급휴직 노동자 900여 명에게 1회 50만 원씩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TX조선지회 관계자는 "일회성 지원을 바란 게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복직"이라고 말했다.

한편,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21일 STX조선에 정부의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제안한 바 있다. 허 시장은 "노동자 복직이 시기상조라는 사측 태도는 노동자에게 절망만을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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