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공수처 수사1호 윤석열" 보도
직접 인용 위장한 짜깁기 제목에 속을 뻔

'따옴표 저널리즘' 혹은 '받아쓰기 보도'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말을 큰따옴표 속에 그대로 옮겨 적어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나 최근 김정은 수술설 사망설 오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이라면 응당 거쳐야 할 사실 확인 과정은 없다. 그냥 '누가 이렇게 말했다'고 대문짝만하게 보도한 후 '아니면 그만'이다. 무책임한 보도의 전형 중 하나다.

그러나 적어도 '따옴표 저널리즘'은 기사 속의 말이 발화자의 워딩 그대로라는 전제가 있다. 하지도 않은 말을 기자가 지어냈거나 왜곡·조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작은따옴표도 아닌 큰따옴표로 '직접 인용'을 했다면 말이다. 이는 막 한글을 배운 '초딩'도 안다.

그런데 전혀 새로운 유형의 놀라운 따옴표 기사를 읽게 됐다. <조선일보> 3월 31일 자 5면 보도다. 제목은 <최강욱 "공수처 수사대상 1호는 윤석열 부부">였다. 본문에도 큰따옴표 안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가 수사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처음 그 기사를 접했을 땐 최강욱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윤석열이 밉다손 치더라도 말을 참 함부로 하는군. 자신이 공수처장도 아닌데 수사대상 순번까지 매기다니… 저러다 큰 사고 한 번 치겠네.'

설마 따옴표 속의 워딩조차 조작하리라는 건 상상도 못했으니…. 그런데 아니었다. 최강욱이 그런 말을 했다는 <김현정의 뉴스쇼>를 봤다. 윤석열 총장 부부와 장모 사건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던 중 앵커 김현정이 묻고 최강욱이 대답한다.

"그러면 그 부분을 가지고 아마 공수처 수사대상 1호가 될 거다. 그 말씀이신 건가요?"

"아니, 그거야 공수처에서 결정하실 일이고."

"될 수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보신다는 말씀이세요?"

"될 수도 있죠."

그 앞부분에도 김현정이 "일각에서는 올여름에 공수처가 설치되면 이 건이 공수처 수사 1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도 막 떠돌던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세요?"라고 묻는다. 여기서 말하는 '이 건'이란 윤석열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사건이다. 그러자 최강욱이 답한다.

"공수처 수사대상은 (장모가 아니라) 아마 본인과 배우자가 더 먼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렇게 <조선일보>는 김현정과 최강욱의 대화를 교묘히 섞어 최강욱이 직접 말한 것처럼 워딩 자체를 조작했던 것이다.

특히 최강욱의 "아니, 그거야 공수처에서 결정하실 일이고"라는 말에서 그가 '말을 함부로 한다'는 내 생각이 섣불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문제는 이런 식의 기사가 <조선일보>뿐 아니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수십 건의 기사가 따옴표 안에 "공수처 수사대상 1호"를 넣어 보도하고 있었다.

이런 저널리즘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따옴표 조작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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