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기업도 에너지 전환에 필사적
탈원전 정책 수사 시대적인 소명에 역행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왜냐면 코로나19는 언젠가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후변화는 티핑포인트를 넘어가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세계의 많은 나라가 '야! 코로나도 경제에 이렇게 심각한 영향을 주는데, 기후변화가 발생하면 정말 다 죽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누가 한 말일까? 환경단체 활동가의 말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이윤 추구의 최일선에 있는 기업인의 말이다. 바로 현대자동차 김세훈 전무의 강연 중 한 대목이다.

그는 이제 새 패러다임으로 세계 산업구조를 바꿔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레미 리프킨을 인용, 산업혁명의 조건으로 네트워크와 동력원(에너지), 운송 메커니즘 등 3가지 변화를 들었다.

즉 네트워크는 19세기 인쇄와 전신, 20세기 전화와 라디오·TV, 21세기 5G와 IoT(사물인터넷)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동력원도 석탄에서 석유로, 지금은 태양광과 풍력·수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송 메커니즘 역시 증기기관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거쳐 전기·수소차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다"면서 '비싸', '생산되는 전기가 고르지 않아',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10% 이상 하면 안 될 것 같아' 등을 예로 들었다. 여기서 김 전무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아니? 전 세계는 이미 30%, 50%, 90%까지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왜 10%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그리고 경고한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우리나라는 심각하게 후진국이 될 수 있어요."

자동차 기업의 임원이니까 전기차와 수소차 많이 팔아먹으려고 저런 소리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 전무는 신재생에너지가 전제되지 않은 전기차나 수소차는 친환경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지금의 전기차는 석탄화력이나 원자력에서 만든 전기를 쓰고 있으며, 수소 역시 개질 과정에서 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전기·수소차 개발에 힘쓰는 것도 "미래에 나올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할 준비를 하는 것"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가장 환경파괴에 앞장섰던 기업들마저 친환경을 외치는 시대가 됐다. 그러지 않으면 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도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을 세웠고, 그 일환으로 노후 원전 월성 1호기 폐쇄도 이뤄진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은 원전 폐쇄 결정에 불법이 있을 거라며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남발하며 나라를 들쑤시고 있다. 정책 결정까지 검찰이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나라 검찰의 시계는 석탄시대, 석유시대에 맞춰져 있는 것일까? 마치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역마차 업주들이 격렬한 저항을 벌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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