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글쓰기 수업 참가자들
고달픈 일상·고민 오롯이 담아
삶에 지친 독자 마음 어루만져

삶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억울한 마음이 들 때는 '힘내'라는 말보다 '나도 너처럼 힘들어'라는 말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진주 마하어린이청소년도서관 글쓰기 프로그램 참가자 글을 모아 책 <내 마음에 답하다>를 발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 정성스럽게 배달된 책 속에는 13명의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들이 각기 다르게 살아온 삶은 묘하게 닮았다.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일상의 고민은 읽는 이 마음마저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먼저 부모가 되는 경험은 글쓰기 소재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책에서는 임신-출산-육아로 이어지는 인생 대전환점을 맞은 엄마들의 혼란스러움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부모가 되면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책임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대학입시에서 떨어진 슬픔보다 사랑의 이별에 흘리는 눈물보다 육아의 눈물은 철저히 인생의 홀로서기에서 만나는 낯선 고독과 외로움이었다."(95쪽)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엄마 품이 세상의 전부였던 첫째의 육아 성장통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어둠이 내리면 나는 우울증이 찾아왔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시작되면 나도 같이 울어야 했다. 처음엔 아이가 잘못될까 봐 두려웠고 그 시간이 반복되자 잠을 자고 싶은 육체의 몸부림이 나를 울부짖게 했다."(96쪽)

▲ <내 마음에 답하다> 표지.
▲ <내 마음에 답하다> 표지.

가족을 향한 그리움, 고마움, 미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글을 보니 가족들 얼굴이 하나둘 떠오른다.

"나는 잘 도착했다/ 여는 따뜻하다/ 할머니, 이제 안 아프다 하고/ 전화 한 통 해주세요 (중략)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훌훌 가벼운 몸으로/ 계단 없는 집에서/ 담장 없는 집에서/ 오순도순 행복하세요// 할머니, 한 번도/ 고마운 마음 전해본 적 없네요/ 나 잘 있다고/ 전화 한 통만/ 해주세요."(72~73쪽)

"우여곡절 끝에 새벽에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도착했다. 다발성 뇌출혈. 영롱한 눈빛은 힘을 잃어 내가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축 늘어진 어깨며 몸짓, 우측 편마비로 힘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절규했다. (중략)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 좌절, 슬픔, 걱정, 원망 사이를 살얼음판 걷듯 걸었다."(216쪽)

"가족이라는 이름은 설레고 기쁘고 좋아하는 감정만이 아니다. 아파도 힘들어도 나와 같이 변함없이 버티는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더 눈물겨운 사랑이다."(100쪽)

책 속의 글이 독자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참가자들이 글쓰기를 위해 인터뷰하면서 치유를 받기도 한 모양이다. 신은미 씨가 손명진 씨를 인터뷰한 글을 보자.

"늘 자신은 약한 존재이고, 흔들리는 존재여서 힘들었다고 한다. (중략) 그녀 앞에서 나는 한없이 울어버렸다. (중략) 누구나 속에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아픔 하나씩은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내 마음을 보이며 해주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큰 힘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었다."(108~109쪽)

이산지나 씨 역시 인터뷰이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점옥 씨는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은 있지만, 그것을 이겨 낼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바로 행복한 거야.'라는 말을 남겼다. 나의 마음에 찡하게 와 닿는 순간이었다."(205쪽)

야단법석 글쓰기 수업을 함께한 권영란 작가에게 글 잘 쓰는 방법을 물었다. "일단 쓰라, 꾸준히 쓰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두가 여러모로 힘든 시기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지금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노트북을 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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