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당략·개인 승리만 중시
지역정치인·주민 박탈감 초래
"유권자 의사 반영 과정 필요"

'메뚜기' 하면, 최근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한 유재석의 '메뚜기 춤'이 생각난다는 이들도 적진 않지만,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일 때가 잦다. 대표적으로 도서관에서 지정된 좌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흔히 '메뚜기 한다'고 말한다.

이번 4·15총선에서 대구 수성 을에 출마해 당선한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신종 메뚜기'라는 말이 나왔다.

아닌 게 아니라 2월 초 고향 창녕이 포함된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서 출마를 선언하더니, 미래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출마가 여의치 않자, 다시 양산 을로, 급기야 공천에서 탈락하자, 3월 중순께 무소속으로 출마지를 대구 수성 을로 바꿨다. 한 달 보름 남짓 사이 무려 3개의 선거구를 '메뚜기' 한 셈이다.

정당마다 253의석이 걸린 지역구 선거에서 1석이라도 더 가져 오겠다는 목표로 '전략 공천' 또는 '차출' 등 여러 이름으로 후보를 지역으로 보낸다. 대표적으로 미래통합당은 재야 운동가 출신인 장기표 씨를 60여 년 만에 고향인 김해로 보냈고,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 을 선거구에 경기 김포 갑에 있던 김두관 국회의원을 차출했다. 물론 김 의원은 경남도지사를 지낸 바 있다.

오랜 세월 지역에서 표밭을 일구며 준비했던 정치인들은 속이 상한다. '낙하산식으로 지역 선거구에 후보를 내려보내면 지역에서 그동안 차곡차곡 준비한 우리는 뭐가 되느냐고.'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았는데 공천 신청을 하고, 경선을 거치지 않은 채 후보가 확정되면 박탈감은 절정에 이른다. 이번 4·15 총선에서도 공천 경쟁이 달아오르자, 곳곳에서 '공천 파열음'이 일었다.

지역민 처지에서도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을 선택하고 싶은데 갑자기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한 후보'가 나타나 '표'를 달라는 모습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국가적' 사안을 다루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측면도 있다. 총선은 대의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지역 대표를 뽑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당이 승리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지역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물론 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배려해야 하는 건 아니다. 걸러낼 사람은 걸러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2000년 16대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지역주의 벽'을 깨고자 당선이 유력했던 서울 종로를 버리고 낙동강벨트 한복판에 있는 부산 북강서 을 지역구에 몸을 던지는 이도 있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당 공천 과정에 지역 유권자 목소리와 당원 요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개인의 출마를, 지역에 따라 제한할 순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을 동시에 가지는 만큼 정당이라면 당 내부 평가 과정 속에서 지역 유권자, 당원의 이해와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과정을 밟을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과정 없이 총선 승리에만 매달리는 건 유권자들에게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1977년생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으로 뽑혔고, 지난해 12월 핀란드에서는 34세의 세계 최연소 신임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10대 후반 또는 20대에 기초의회에서 정치를 시작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한 경우다. 이러한 정치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제도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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