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저해 우려 덜고자 시작
일각에선 정보 소외 주장 제기
전문가 "조사 투명성 제고부터"

선거 때마다 유권자는 '6일간 블랙아웃'에 빠진다. '선거일 전 6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조항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08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前)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이번 4·15총선에서도 지난 9일부터 15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때까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됐다. 다만, 공표 금지 전날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금지 기간에 공표하거나 인용 보도(조사의뢰자, 여론조사기관, 조사일시와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표시)는 할 수 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날인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지 기간에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 혹은 보도되면 선거인의 진의를 왜곡할 수 있고,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면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공표 금지를 찬성하는 측은 선거 막판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유권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막판에 공개하면 '사표로 만드는 것보다 승산이 있는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와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자신이 반대하는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오면 밀리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효과(언더도그 효과(under dog effect))가 발생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지적한다. 정책과 자질 검증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이러한 제도가 '여론 수렴' 등 유권자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규정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유권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시대에 공표 금지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한다. 발표만 못 할 뿐 조사는 할 수 있으므로 후보들과 조사 기관을 뺀 유권자만 정보에서 '소외'된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나아가 밴드왜건이나 언더도그 효과가 입증된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펼친다.

이에 대해 안차수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진 않지만, 지금과 같은 낮은 여론조사 정확도와 언론 신뢰도 상황에선 '시기상조'라고 했다.

안 교수는 "무엇보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조사결과를 가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현재 낮은 응답률 등 여론조사 정확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후보자가 여론조사 기관을 후원하는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언론마저도 유리하면 쓰고, 불리하면 뭉개는 식으로 여론조사를 엄격한 잣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 6일가량 공표 금지 규정을 두는 건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2016년 20대 총선을 마치고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2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담아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또 2017년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안 교수는 여론조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 포털 사이트의 '댓글 이력 조회'처럼 여론조사 기관이 공직선거법을 어긴 이력은 없는지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언론사 여론조사 역시 여론조사 기관의 이력과 과학성을 점검해야 한다"며 "여론조사 결과 보도 시 비슷한 시기 다른 기관 조사결과도 언급해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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