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구조인 지역구
과반 득표만 인정하거나
소수정당 당선 여지 줘야

노동조합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흔한 '계모임'도 무언가 중요 사항을 결정할 땐 절반 이상이 모여 과반의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확인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의 조건을 다룬다. 입시제도, 세금, 취업, 채용 원칙, 미세플라스틱 문제 등등 정치가 아닌 게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도는 어떤가. 유권자가 한 선거구에서 후보자 한 명에게만 투표해 득표수가 많은 후보자가 당선되는 현행 방식(소선거구제)을 지금처럼 유지해도 괜찮을까.

이번 4·15 총선에서 창원 성산을 예로 들어보자. 창원 성산은 전체 투표율 72.2%로 도내 평균 67.8%를 웃돌았다. 미래통합당 강기윤 당선인은 전체 유권자 18만 2830명(기권 포함) 가운데 6만 1782명으로부터 표를 얻었다. 전체 유권자 33.7%의 득표만으로 당선한 것이다. 대표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거칠게 말하면 후보자는 적절히 '표정 관리'만 하고 유권자 30%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얻은 4만 5567표와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후보의 2만 662표는 그대로 '사장'되는 기막힌 역설이 발생한다. 여·이 후보가 받은 지지율은 36.22%로, 강 당선인보다 높다. 강 당선인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가 많았음에도 당선한 것이다.

이 같은 선거제도 속에선 소수 정당은 늘 다수 정당에 밀린다. 선거 때마다 창원 성산이 상대적 다수를 확보하려는 인위적 전술인 '진보후보 단일화'로 몸살을 앓는 이유이다. 유권자들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진정으로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느냐, 당선 가능성이 큰 차선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하나. 이는 비단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도, 대통령 선거에도 '사표론', '최악보다 나은 차악 후보에게 표를 줘라'는 논리로 옷을 갈아 입으며 유권자 주위를 맴돈다.

현행 선거제 폐단을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전면적 비례대표제로 전환이 거론된다. 정당이 내놓은 후보자 명부를 보고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들은 여전히 '지역의 대표자'를 내 손으로 뽑고자 하는 정서가 강하다. 따라서 장기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적잖다.

총투표의 과반을 득표해야만 당선되는 제도인 '결선투표제'도 검토해 볼만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의회와 대통령 선거에서 1차 투표 때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일정 기간 후 2차 결선투표로 당선인을 가린다. 소수 정당도 완주하고, 정치공학적 연대가 아닌 국민에 의한 단일화의 길도 열릴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아직 대통령 선거조차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선거를 두 번 치러야 하는 번거로움과 선거 비용 부담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실적 방안으로 한 선거구에서 두 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2006년 지방선거부터 자치구·시·군의회 지역구 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2~5명을 선출하는 중선거제도로 뽑는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 지방의회 의석을 독식하는 현상을 막으려는 취지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MBC경남 시사라이브 <불독>에 출연해 "비례대표제보다 더 큰 문제는 소선거구제"라며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영·호남 지역주의 선거가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도 같은 날 <불독>에 나와 "정당지지율에 비례하면 경남지역은 전체 16석 가운데 통합당 8명, 민주당 5명, 정의당 2명, 국민의당 1명이 나온다"며 "지역구도 완화는 중선거구제가 유효한 해법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역시 양당체제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거대 정당이 문제 해결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요구와 조직적인 압박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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