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투명·안정적 대응 덕에 걱정 덜어
구태 언론의 시대 종식도 곧 증명되리라

"산하(山河)를 맞댄 이웃으로서 함께 풍우(風雨)를 견디자."

중국의 기업인 '마윈'이 마스크 100만 장을 보내오며 붙인 말이다.

기업이익 세계 7위의 알리바바 설립자에게 마스크 100만 장이래야 값으로 따지자면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날벼락 같은 신천지 파문으로 마스크 소동이 벌어진 즈음에 때맞춰 보내온 물건이라 생광스러웠다. 거기 얹어 보낸 덧말조차 따뜻하니 왜소한 체구에 네모진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마움이 더한 것이다. 역지사지해 보면 31번째 확진자가 생기기 전 우리가 우한에 보냈던 응원의 메시지와 마스크가 과일껍질로 코를 가리고 악전고투하던 그들에겐 얼마나 달게 여겨졌겠는가.

미증유의 사태란 이런 경우를 두고 이르는 것인가 보다. 위성을 타고 당도하는 유럽의 그림은 갈수록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놀라운 모습들이다. 인적이 끊긴 파리·런던·베를린·마드리드·로마의 거리 모습은 영화적 상상 속에서나 볼법한 기이한 광경이다. 밀려드는 환자 처치에 48시간 연속 근무에 시달리고 나온 영국의 간호사가 싹쓸이로 텅 빈 식료품 매대 앞에서 야박한 인심을 원망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본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뉴욕의 거리는 사람 두엇이 겨우 보일 뿐이고 큰소리치던 트럼프의 안색도 굳어졌다. 마스크 한 장이 5만 원에 거래되는가 하면 세정제 한 방울도 1달러를 받는다는 기막힌 뉴스도 있다. 우리로서는 설마 싶은 노릇이지만 독감으로 병원에 갔을 때 보험 없이는 대략 400여만 원의 치료비용이 든다는 미국이다. 3억3200만 명의 미국 인구 중 8.5%에 달하는 2750만 명 정도가 의료보험 미가입자라니 이들이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 가기를 꺼릴 건 당연하다. 게다가 거기에도 속하지 않는 1100만 명 안팎의 불법 이민자까지 있으니 신천지 못잖은 뇌관을 잔뜩 안고 있는 셈이다.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전 학교가 휴교에 들어갈 정도의 역병이 창궐함에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시민이 느낄 불안의 크기는 얼마만 할까. 텅 빈 슈퍼마켓의 매대와 총기·탄환 판매량이 평시의 2배라는 보도를 읽으며 그들의 내일이 자못 걱정된다.

내 코가 석 자면 미합중국의 의료 환경 걱정할 엄두가 나겠는가. 이제 일간 확진자 수가 두 자리를 오가며 영미를 비롯한 선진 각국에서 우리의 대처를 본받고 싶다는 찬사가 자자하고 출국자보다 입국자 수효가 더 많아져 외려 국외 유입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었으니 하는 말이다.

물론 아직은 역병의 추이가 어찌 요동할지 알 수 없으니 평가는 이르나 그간은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를 실감하고 체득하는 시간이었다. 세계가 주목한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철저한 투명성을 기조로 안정적 대응을 했고, 우리 공무원들은 양질의 행정 서비스로 시민 보호에 헌신했다. 몸을 아끼지 않은 의료인들의 노고는 두고두고 칭송될 감동을 기록했다.

반면에 이 나라 언론 명색의 노골적 정치 행각은 그들이 얼마나 썩어 빠진 구태 집단인지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역병의 엄습으로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음에도 마스크 노략질로 대중을 선동하고 인종 혐오 공포 조장으로 정권을 흔들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사악한 간계를 부렸다. 이제 그 알량한 펜 끝으로 여론을 만들고 뒤집던 뜨신 시대가 갔음을 이번 총선이 증명하리라 믿는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로 달려간 우리 의사·간호사님과 이탈리아로 달려간 쿠바·중국·러시아 의료인들의 존엄한 정신에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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