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문기자> 속 심은경은 '요시오카 에리카'였다. 마른 몸에 구부정한 자세, 꾸밈없는 모습, 흔들리지 않는 눈빛. 진실에 다가서려는 지적인 기자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일본어와 영어 대사만 있어 대사 연기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끌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내뱉는 목소리의 떨림, 큰 눈과 눈꺼풀로 미세한 감정들을 전달해 극의 몰입을 도왔다. 배우 심은경 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는 없다. 그만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역할을 맡아도 그 배역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지만 존재감만큼은 확실하다.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몇 가지 작품을 소개한다.

◇<수상한 그녀(2014)> = 심은경 대표작이라고 하면 <수상한 그녀>를 빼놓을 수 없다.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 그녀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자 갑자기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는 '심은경의 원맨쇼'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은경은 젊은 할매 역을 맡아 '할매보다 더 할매 같은' 연기로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녀 나이 갓 20살 때다.

◇<특별시민(2016)> = 그동안 통통 튀는 맛깔난 연기를 보여준 심은경이 연기 변신을 한 작품이다. 어느 정치인보다 최고 권력을 탐하지만 '오직 서울만 사랑하는, 발로 뛰는' 이미지로 포장한 정치 9단 변종구. 심은경은 젊은 광고 전문가이자 변종구의 선거 캠프 청년혁신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이상과 현실 속 갈등을 겪는 캐릭터로, 심은경은 당차고 똑부러진 모습 속에 청년의 순수함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부산행(2016)> =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로 뒤덮인 대한민국. 유일한 안전지대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속 승객들이 살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사투를 그렸다.

심은경이 <부산행>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을 테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데 맡은 역할은 '좀비 1호'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보니 좀비 연기까지 실제(?)처럼 소화해버린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리얼 좀비 연기를 못봤다면 다시보기를 추천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