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 봉쇄보다 시민 권리 택한 한국
민주적 합의·신뢰 속 위기 극복의 모범

중국은 '우한 봉쇄'라는 강압 조치를 통해 성공적으로 코로나19의 전염을 진정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이탈리아·스페인 등이 새로운 전염 매개지가 되어가는 상황이다. 이에 유럽이나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이 취한 강압적 봉쇄조치 모델을 따르는 형편에 있다. 물론 중국과는 달리, 시민적 자유를 침해하는 감시나 징벌을 동반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염지역 주민은 집에서 나오지 말고, 필수품 구매나 의료적인 목적 외에는 이동을 제한하는 셈이다.

한국은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태를 진정시킨 나라로 국제적으로 회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시행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한 대구·경북지역에 대해서도 봉쇄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는 봉쇄 필요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민적 자유, 일상적 생활을 향유할 시민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기에 하지 않은 것이다. 강압적 도시 봉쇄나 국경폐쇄 조치는 과단성 있는 정치적 결단으로 평가받을지라도, 인권이나 국가 간 의료시스템의 신뢰라는 측면에서는 타당한 조치는 아니다.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 감염자가 검사받을 확률은 미국의 경우에도 높게 본다고 쳐도 30%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료체계 선진국조차도 급격한 전염에 따른 검사능력의 한계, 민간의료기관과 국가 공공기관의 협조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치 부족으로 말미암아 매우 한정된 숫자만이 조사를 받은 상황이다. 이에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검사방식과 진단키트 조기개발 및 보급을 통한 검사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즉 한국은 감염지역을 방문했거나,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해 전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은 한국이 사망률 0.9%, 검사자의 3%인 확진자를 가려내기 위해 27만여 명을 검사한 것에 대해 의료자원 낭비라고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검사함으로써 일상생활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접촉하는 사람이 감염자라는 의심을 안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회는 공동체 파괴로 인해 와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에 더해 감염자 이동 경로를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위험지역을 상시로 알리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적으로는 불확실한 위험을 전제로 개인 동선을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위 사람들이 특정 장소를 오염된 장소라는 차별적 인식을 두게 한다는 점에서 인권유린이라는 비판도 한다.

사회적 정의는 나의 행위로 인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의 자유와 권리가 인정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전염병 전파 위험이라는 사회적 위험 상황에서 특정한 시기의 사생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막는 방식일 것이다. 물리적 봉쇄 대신에 사회적 거리 두기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의심자에 대한 철저한 검사, 확진자 동선 공개는 모두 사회적 합의 없이는 제대로 시행될 수 없는 정책이다.

사회적 합의의 제도적·문화적 틀은 정치 리더에 대한 신뢰, 공공기관의 임무 수행에 대한 동조, 민간 기관과 정부 당국자의 협력, 사회구성원이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 질 때만 가능한 일이다.

원격진료의 강화, 종사자들에 대한 병가 허용, 금융지원을 통한 민생지원, 국제적 서플라이 체인의 단절에 따른 생산 능력 유지, 수출 수요 약화에 따른 국내 수요증진 대책과 같은 난관도 사회적 신뢰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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