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사랑·정의·평화가 하나님 뜻
누가 맞고 그른가만 따지면 희망은 없어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듯싶더니 지지난 주말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형 장례식이 있었던 청도대남병원과 대구신천지교회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 가운데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전국이 초비상사태로 돌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상가·식당·지하철 등에서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개학이 연기되고, 사재기 분위기가 나타나고, 민심마저 뒤숭숭한 상태로 예배를 비롯한 각종 모임과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고 아직도 어디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지 예측불허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번 주 안으로 뭔가 매듭이 지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지금 상태라면 코로나19가 쉽게 뿌리 뽑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설사 이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문제의 골이 쉽게 메워질 것 같지 않아서 더 걱정입니다. 특히 신천지가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신천지의 사활을 걸고 사태수습에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텐데, 교주의 행방은 모호하고 제출한 자료들마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신천지 해체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러한 정서가 개인의 조심·경계·불신의 차원을 넘어 총선과 맞물리게 된다면 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텐데 말입니다. 이러한 상태라면 코로나19를 잡는다 하더라도 문제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일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흥분상태를 가라앉히고 침착하라는 것이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보라는 것이고, 나를 넘어 신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들이 만나야 할 하나님은 막연하고, 일상적이고, 내가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하나님이 아니라 나보다 더 높은 곳에 계시고, 나와는 질적으로 다른 거룩하신 하나님,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시는(마5:45), 심지어는 가난한 자와 억압자까지도 넘어서는 하나님이어야 할 텐데(잠29:13), 이 하나님이 사랑·정의·평화·생명·진리의 하나님입니다.

우리들이 믿는 하나님은 차별이 없으신 분이시기 때문에 우리들의 믿음 또한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황이 어려울수록 차별을 넘어설 수 있어야 이 믿음이 빛이 나고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실 텐데, 코로나19가 지금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고, 우리 모두를 뿔뿔이 갈라놓으려 하지만 누가 악하고 누가 선한가, 누가 그르고 누가 옳은가, 누가 가난하고 누가 억압자인가, 그것을 따지려 한다면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나 경계와 불안과 불신의 벽을 넘어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착한 이웃이 되려고 한다면 그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코로나19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 모두가 이러한 기적에 참여자가 될 것입니다. 이런 은혜가 우리 모두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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