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외국인 노동자 9.4% 농축산업 종사…의존도 커
농민들, 방역 문제로 산업인력공단 고용 영향 걱정

밀양 부북면 대항리에서 시설 꽈리고추와 청양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하모(54) 씨는 오는 3월 말 수확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하우스 5곳(1500평)에서 겨우내 재배한 꽈리·청양고추를 수확하려면 족히 5~6명의 일손이 필요하다. 그러나 농촌에 일손을 채울 만한 인력이 마땅치 않다. 수확 철마다 동네 어르신들을 고용해 일손을 간신히 메우는 형편이다.

하 씨는 고심 끝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로 했다. 수확 시기에 맞춰 인력을 공급받고자 지난 1월 외국인 취업을 지원하고 있는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2명 고용을 신청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면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깻잎도 재배할 참이다. 한데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겼다. 바로 코로나19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혹시 모를 외국인 노동자 수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스럽다.

하 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못 오게 되면 재배 작물을 바꿔야 할 처지"라고 근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수확 철이 아니라서 당장 일손이 급하지는 않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될지 기다려 보는 중"이라면서 "외국인 고용이 연기되면 아무래도 수확 시기에 일손이 달릴 수밖에 없다. 충당할 인력이 없으면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인건비가 센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어떻게든 구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로 일손 채우는 농촌 =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조짐에 따라 농촌현장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봄 농사철을 앞두고 코로나19가 더 확산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도 자체가 중단되면 농촌 인력난이 심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비전문취업 일반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다. 중국동포, 고려인 등 특례고용허가제(H-2 비자)로 들어오는 일도 있고, 농번기에 따라 계절근로(E-8)로 취업하는 이들도 일부 존재한다.

이문호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월 발간한 <경남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활용실태와 과제>에 따르면, 모든 체류자격을 합산한 등록 외국인을 기준으로 경기,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경남이다.

이 중 고용허가제로 경남에서 취업활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2만 6348명(지난해 7월 기준)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도내 농축산업에 2478명(9.4%)이 고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축산업 분야에서는 밀양과 산청 내륙지역 시설채소 농가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고용됐다.

이 연구위원은 이외 계절성을 띠는 노지작물 농가나 최저임금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농가는 대부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가들도 불법인 줄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노동력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밀양 부북면 대항리에서 시설 꽈리고추와 청양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하모 씨는 지난 1월 외국인 노동자 2명 고용 신청을 했다. 하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인력난을 겪지 않을까 걱정했다.  /문정민 기자
▲ 밀양 부북면 대항리에서 시설 꽈리고추와 청양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하모 씨는 지난 1월 외국인 노동자 2명 고용 신청을 했다. 하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인력난을 겪지 않을까 걱정했다. /문정민 기자

◇외국인 노동자 신청 농가 코로나19 영향 우려 = 법무부는 지난 11일 "외국인 계절근로제도의 운영 중단이나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비전문취업(E-9) 외국인과 방문취업(H-2) 동포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도 중단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문취업 비자(H-2)를 발급받아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 동포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취업교육을 2월 말까지 일시 중단했다.

한 매체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계절근로(E-8), 단기취업(C-4) 등 외국인 계절근로 제도를 정부가 잠정 중단키로 하면서 농촌현장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하자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수급 중단 우려는 법무부 해명으로 일단락됐지만 농촌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경남은 지난 1월 농축산업 181개 사업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신청해 현재 대기 중이다. 농촌현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3월이 오기 전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신청이 대체로 많은 편이다.

이번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신청을 한 농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인력난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도내 농민단체 관계자는 "기존에 부족한 일손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이미 채워져 운영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신규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신청한 농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에 아무래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 경남도는 농번기 농작업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인력수급 지원체계인 농촌희망일자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 인력이 별로 없고 주로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많이 온다. 코로나19 사태와 크게 관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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