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의리·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자
새해 새로운 마음으로 새 다짐 해봅니다

"예의와 염치". 저희 집안 가훈입니다. 좀 거시기하죠? 그래도 저희 집안사람들이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한 집안의 행동이나 생활에 지침이 되는 교훈'인 가훈입니다.

'예의'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이고, '염치'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가훈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살아가지만, 예의와 염치가 무너질 때가 많아서 걱정입니다(제가 혹시라도 여러분께 예의와 염치없이 군 때가 있다면, 너른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어떻게 하면 예의와 염치 있는 행동을 하며 살까 늘 걱정하던 중에 날벼락을 맞게 되었습니다. 월남동성당 주임 박창균 신부님께서 저를 더욱 혼란에 빠져들게 하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얌통머리! 채신머리! 속알머리! 주변머리!"

60갑자의 내공이 흩뿌려지는 시전이었습니다(박창균 신부님은 고향이 '대구'인 관계로 가끔 경남지역 방언과 다른 말씀을 하고는 하십니다).

아, 저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알듯 말듯…. 도대체 이런 말을 쓰기는 쓰는 것인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들러붙어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①얌통머리: 마음이 맑고 깨끗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인 '얌치'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야마리, 얌창-머리, 얌창-마리라고도 합니다. '염치'보다 더 깊고 맑은 뜻입니다.

②채신머리: 세상살이나 대인 관계에 대해서 가지는 몸가짐이나 행동인 '처신'을 낮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③속알머리: 안쪽 부분의 '맨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유음어로 '소갈머리'가 있습니다. 소갈머리: 마음이나 마음속에 가진 생각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며, 유의어로 '소견머리' '소갈딱지'가 있습니다.

④주변머리: 어떤 대상의 둘레,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하는 재주인 '주변'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일을 처리함이 서툰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정리가 좀 되셨습니까? 그냥 무심코 쓰던 말이었는데 곱씹어 보니 꽤 괜찮은 말인 것 같습니다.

시간은 하느님의 은총이고 선물입니다. 시간을 단위로 재고, 나누어서 처음과 끝을 알게 해주시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기회를 주시고, 과거의 잘못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다.

2020년도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새해가 되어 새로운 마음으로 새 다짐을 했건만, 굳건할 것 같던 다짐은 '작심삼일'로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열 한 달이라는 새해가 남아 있습니다.

'예의와 염치'에 '얌통머리'도 세우고, 또 '속알머리'도 채우면서 '주변머리' 있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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