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상사·음지 부서 논란에 싹튼 불신
묵묵히 일하는 직원 우대해야 조직 건강

'어목혼주(魚目混珠)'. '생선 눈(거짓)'과 '진주(참)'가 뒤섞여 있는 상태다.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해시정이 흡사 '어목혼주'를 연상케 한다. 일하는 상사(진주)와 갑질 상사(생선 눈)의 논란으로 조직 내 상하 간 불신 풍조가 태동하고 있다. 직원들은 일보다는 승진 점수 관리에 유리한 이른바 '양지(선호 부서) 자리' 좇기에 매진한다. 당연히 격무 부서 근무는 꺼린다. 간부는 일하는 상사와 갑질 상사로, 직원들은 양지와 음지(격무 부서) 자리로 나뉘면서 누가 진짜(일을 열심히 하고)고 가짜(일 안 하는)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갑질 상사로 분류된 당사자들은 직원들이 일하기를 싫어해 상관을 갑질 상사로 내몬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반면 직원들은 상사의 일 시킴과 인격적 모독행위는 차원이 다르다며 당사자들을 반박한다.

이런 논란 속에 직원들은 일이 많고 직원을 들볶는 상사보다는 일이 적고 사람 좋은 상사 밑에서 일하기를 선호한다. 반대로 격무 부서에서는 일 열심히 할 직원을 원하지만 선뜻 나서는 직원들은 적다. 이러다 보니 조직 내 일하는 공직풍토가 조성될 리가 만무하다.

그 이면에는 공직자는 개인 비리만 없으면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업적 특성이 깔려 있다. 이 부작용으로 시정은 점점 관료화하고 민원인의 불만과 피로도는 쌓여만 간다. 지난해 시 청렴도가 2등급에서 4등급으로 추락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대가로 허성곤 시장은 타오르는 '화기(火氣)'를 뿜어냈다.

공직자는 시민 위에 군림하는 '상전'이 돼서는 안 된다. 일을 많이 시킨다는 이유로 상관을 갑질 상사로 분류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일하는 상사를 포장해 직원을 닦달하는 갑질 상사를 일하는 상사로 오판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문제는 공조직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풍토가 정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공직자가 일하기를 싫어하면 시장의 책임이다. 개선책으로 인사권자는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우대해야 한다. 연령과 경력 중심의 인사도 필요하지만 일정한 비율의 일 중심 발탁인사도 실천해야 한다. 이는 직원들의 양지 부서만 좇는 현상과 인사 때 외부 줄잡기 행태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다.

정체를 숨기려고 진흙을 뒤집어쓴 메기들이 많으면 그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없다. 거대한 댐도 작은 구멍에서 시작해 무너진다. 장수(단체장)는 멀리 보는 안목에 강둑의 작은 구멍도 미리 찾아내는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장착해야 한다.

강이 강물을 놓지 않는 한 평생 바닷물이 될 수 없듯이 김해시정은 현 '어목혼주' 현상을 척결하지 않는 한 강물(일하지 않는 풍토)에서 바닷물(일하는 풍토)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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