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쓴다는 것, 어지간히 낯이 두껍지 않으면 쓰기 쉽지 않은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자기 이야기를 시시콜콜 책이라는 밭에 뿌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론 설득력을 얻기 위해 내밀한 부분도 과감하게 풀어놓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필을 읽으면 담 너머 남의 집 살림살이를 엿보는 것 같아 괜스레 쭈뼛해지기도 한다.

경남문인협회 박귀영 사무국장의 수필집 <마음만 받을게요>를 읽다 보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결혼하고 지금껏 쓰고 있는 다리미는 고장 한번 없이 여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낡았다는 것 말고는 25년을 한결같이…" (나의 애장품). 손때 묻은 물건에 대한 지은이 마음이 그대로 읽힌다. "내 발은 엄지발가락이 유달리 큰 데다 다섯 개의 발가락 중에서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발가락은 작고 힘이 없어 전체적으로 보면 균형이 안 맞다…" (신발의 함수). 아무렇지도 않게 발을 내어놓고 말하기에 남의 발을 빤히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상상돼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수필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느낌이다. 작가와 나란히 앉아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것을 느끼는 기분. 꽃차를 함께 우려내어 그 향기를 맡기도 하고, 버스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자리 양보하겠다는 사람에게 '마음만 받겠다'는 할머니를 보기도 하는 것. 책은 '꽃차를 우리며' '백년의 향기' '엄마의 정원' '백담사 돌탑' 4개 구역으로 각 11송이씩 수필꽃을 심었다. 도서출판 경남 펴냄. 174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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