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산타가 아니냐 의심을 시작한 딸에게 아니라고 막 둘러댔다
장식된 트리를 보면서 "기적을 지켜주고 싶다"소원 빌어보는 밤이다

온아, 산타 할아버지한테 받고 싶은 선물 없어? 음…. 귀여운 야옹이 인형? 그렇구나! 산타 할아버지가 주셨으면 좋겠네. 둘째는 조금 쉽다.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반면 서우는 조금 까다롭다. 뭘 원하는지 좀처럼 가르쳐주지 않는다. 벌써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재작년, 유치원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모종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아빠, 며칠 전에 산타할아버지가 유치원에 왔었거든. 와! 진짜 엄청 좋았겠다. 하지만, 서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꼈더라. 그런데, 친구가 기분이 좋아서 실수로 산타할아버지 수염을 뽑아버렸거든. 글쎄 운전사 아저씨랑 너무 닮았더라. 코랑 입이 너무 닮았어. 나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최대한 지었지만, 그 뒤로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초를 꽂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딸들.
▲ 초를 꽂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딸들.

지난 11월부터,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모종의 작전에도 돌입했는데 알 수가 없다. 고민 중이라고만 한다. 지난주 추위가 조금 물러난 날, 놀이터에서 그네를 밀어주고 있는데 서우가 불쑥 물어본다. 아빠, 그런데 여기는 굴뚝이 없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들어오지? 설마 아빠가 몰래 선물을 사주는 것은 아니겠지? 어허, 어떻게 들어올까. 마스터키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닐까. 마법 카드처럼 말이지. 아빠는 돈이 별로 없어서 선물을 살 수가 없어. 사러 갈 시간도 없음.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서우는 아파트 사이의 허공을 바라보며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지난 시간 동안에 서우가 했던 말을 반추하며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다. 공주 옷을 갖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요술봉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두 개 중에서 한 개일 텐데. 이거 정말 큰일이다. 아무래도 이번 크리스마스에 서우에게 감동을 주려면 어떤 작은 기적이 필요하지 싶다.

아내에게는 겨울 외투를 선물하면 될 것 같고. 나는 별로 갖고 싶은 것이 없다. 그저 남들처럼 성실하게 출근하고 약간의 돈을 벌고 빚을 갚고 이것을 반복할 수 있는 건강만 있으면 충분하다. 다만, 쓸데없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면, 시기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 온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귀여운 야옹이 인형'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
▲ 온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귀여운 야옹이 인형'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 우리 카페에 걸릴 리스는 손님에게 제작을 의뢰했다. 신애는 이 거리가 카페로 즐비하기 전부터 찾아준 오랜 손님이다. 설탕은 앵무새가 그려진 제품이 좋다고 알려주기도 했고, 우리 공간과 어울리는 음반이라며, 쳇 베이커, 빌 에번스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 음악을 시작으로 재즈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그녀는 몇 해 전 작은 꽃집을 열었고, 그 후로 오래도록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을 돌보기 위해서 조만간 꽃집을 정리할 예정이라는 기별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올해는 꼭 그녀가 만든 리스를 걸어놓아야지 하는 다짐이 섰다.

집의 거실에도 작은 트리를 세워 두었다. 삼 년 전에 어떤 마트에서 나무와 전등과 장식품을 세트로 사들인 것이다. 처음 구매했던 해만큼 아이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경건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특히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에 혼자 열심히 깜빡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렇게 풍성하지는 않지만, 결코 바래지 않고. 프로그래밍 된 대로 반짝이는 것이지만, 그 계획을 예측할 수가 없고. 아이들이 달아놓은 장식품을 무심한 듯 어둠 속에서 품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비한 어떤 미래가 예정되어 있다고 믿게 된다.

▲ 서우는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며 뭘 원하는지 좀처럼 말하지 않았다. 어떤 선물을 줘야 서우가 감동 받을지, 작은 기적이 필요하지 싶다.
▲ 서우는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며 뭘 원하는지 좀처럼 말하지 않았다. 어떤 선물을 줘야 서우가 감동 받을지, 작은 기적이 필요하지 싶다.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는 소박할 것이다. 그래도 거실에 재즈 캐럴을 틀어야지. 와인은 생략하더라도 작은 케이크는 꼭 사야지 싶다. 온이에게는 작은 야옹이 인형을, 아내에게는 그렇게 비싸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싸지도 않은 따뜻한 겨울 외투를, 서우에게는 반짝이가 떨어져서 청소하기는 귀찮겠지만, 공주 옷을 사줘야지 싶다.

선물보다 소원을 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촛불을 끄기 전에 꼭 빌어야지. 의식하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것을 잊게 된다. 한 해 동안 이루어지지 못한 것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딸들은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것들이 삶을 이끌어 줄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지나온 시간과 같이 허공 같은 앞날에 기대어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 두 딸에게 기적과 비슷한 것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세월이 더 오래갔으면 한다. 알게 되어도 모르는 척 우리가 줄 수 있는 선물을 기대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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